‘코로나·저금리’ 탓… 5만원권 장롱에 꼭꼭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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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서 4장중 3장 사라져… 한은 “지하경제 유입 아냐”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30 17:05:26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원권 환수율이 급격히 하락한 25.4%로 집계됐다. 4장 중 3장 꼴로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스카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원권 환수율이 급격히 하락해 4장 중 3장 꼴로 장롱이나 금고에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한은)은 30일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이후 5만원권의 발행액에서 환수액을 뺀 순발행액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환수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5만원권 발행액은 21조9000억원, 환수액은 5조6000억원으로 환수율은 25.4%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은행권 환수율도 39.5%로 작년 동기대비 35.7%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5만원권 환수율이 하락한 원인은 코로나 확산의 영향 등으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여가 서비스업 등의 대면 상거래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화폐 유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3명중 2명 이상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고 있고, 입금액 및 빈도수에서도 다른 종사자들보다 높았다. 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현금 취득비중도 음식·숙박업(18.6%), 운수업(12.1%)이 제조업(2.2%), 건설업(0.9%)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 담당자와 전화면담한 결과 특히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 점포, 환전영업자 거래 영업점 및 현금지급기(ATM)의 5만원권 입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들의 안전자산 선호 등 예비용 화폐수요로 인해 발행액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 이후 국채 발행 등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등으로 현금보유성향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실제로 국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47조원에서 올해 들어 10월까지 115조원으로 두 배 반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통화량(M1)도 전년동기 대비 24.0% 증가했다.

또한 위기대응을 위해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로 인하하면서 현금보유 기회비용이 더욱 낮아짐에 따라 가치저장 및 예비용 고액권 화폐수요가 증가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5만원의 환수율이 다른 나라들의 고액권 환수율보다 낮기 때문에 이런 지폐가 탈세 등 지하경제로 유입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환수율 계산이 가능한 유로존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후 100유로 이상 고액권 환수율이 76.7%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5만원권이 화폐 생애주기상 수요 성장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초 발행후 40여년이 경과해 성숙기 이후 단계로 진입한 여타 권종에 비해 (5만원권의) 시중 수요가 견조하다”며 “유통수명 미도래로 폐기율도 낮아 생애주기상 성장기적 특징을 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화폐 유통경로상 현금입금 비중이 높은 이들의 업황 부진으로 5만원권 환수경로에 부정적 충격이 발생해 환수액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