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만 1조 이상, 반복되는 여가부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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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2-02 00:02:42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지난달 2일 소방청에 성별 균형을 고려해 뽑을 수 있도록 체력 기준 등 채용방법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여가부는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성별을 나눠서 뽑아 생기는 격차가 과도하니 구조 분야도 여성이 능력이 되면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관 공채 중 체력시험은 남녀 기준이 다르고 뽑는 인원도 각각 정해져 있다. 올해는 4844명을 뽑는데 남자 정원이 4164명 (85%), 여자 정원은 418명 (8.6%)였다. 나머지 262명(5.4%)는 성별에 구분없이 뽑는다.

소방관의 체력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소방관의 체력 시험은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남녀 시험 기준을 다르게 하고 정원을 달리 뽑는 것이 현행 소방공무원 채용 절차인데 여가부의 의견을 반영해서 여성 비율을 높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칫하면 시험의 변별력을 잃거나 혹은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여가부의 탁상행정이다. 아직 사회에 남아있는 유리천장 해소를 위한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여성 고용 비율이 적으니 절차를 바꿔 비율을 늘리라는 원론적인 말은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준비 없이 만들어진 허술한 정책은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여가부는 내년 예산안 규모는 1조1789억원이다. 전년 대비 5.4% 증액된 수치다. 여가부 예산은 201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받아들이는 예산 규모에 비해 성과는 좋지 않다.

큰 예산을 들인 만큼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외모의 방송 출연자의 방송 출연 비율을 제한하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해 여가부가 출연진의 외모까지 지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초등생 대상 성교육 책 ‘나다움 어린이책’을 배포했다. 책에 실린 성관련 노골적인 표현은 아이들 대상으로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조기 성애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난 7월 “예전부터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기로 유명했던 여가부의 폐지를 청원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글이 올라왔고 나흘만에 10만명이 동의했다. 빠른 시일 내로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청원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는 여가부 존재 여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가부 존폐 논란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하나의 정부 부처의 존립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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