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위기 자초한 롯데의 안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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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위기 자초한 롯데의 안일함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2-03 00:02:19

최근 3년간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야심차게 중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사드보복’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에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롯데는 중국진출 열매의 맛을 보기도 전에 쓸쓸히 철수를 결정했다.

사드보복의 아픔이 체 가시기도 전에 한·일 무역갈등이 터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및 일본 자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일본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롯데는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롯데는 국내시장에서도 쓴맛을 봤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졌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 점포는 전에 없던 피해를 경험했다. 식품업계가 ‘코로나19 특수’ 누렸지만 롯데 식품계열사는 예외였다. 반일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은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롯데마트 퍼피워킹 거부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롯데를 강력히 규탄했다. 높은 확률로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련의 악재들은 롯데의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사드보복이 일어난 과정에서 롯데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일 무역갈등이 터질 것과 또 그것으로 인해 일본 불매운동이 번질 것이라 예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예상했다고 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일련의 비용을 지불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지혜로운 결정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일종의 사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롯데의 실패 그 배경엔 스스로의 안일함과 나태함이 자리한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게을렀고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자는 그토록 오래된 주문에 아직도 응답하지 않았다.

롯데는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이다. 국내 식유통시장을 선도하며 그룹의 지위와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들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자리했다. 롯데라는 브랜드만 이용해도 보통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다.

과거 롯데는 소비자에게 집중했다. 고객만족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종업원이 불편해도 손님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집 가까이서 쇼핑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백화점을 짓고 마트·슈퍼를 입점시켰다. 다양하고 맛좋은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내수시장에만 집중했던 롯데가 굴지의 대기업이 된 배경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고객만족은 쇼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역사와 추구하는 가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도 고객의 평가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 사업영역 밖에도 넓은 범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이 고객서비스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브랜드의 역사, CEO들의 행동거지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배경이다.

롯데는 소홀했다. 롯데에 국적논란이 빚어진 이유 중 하나는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구사능력이다. 수년전 기자회견 당시 어색했던 발음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업영역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사건은 지금와서 롯데의 매출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롯데지주 신임 대표이사로 오른 인물은 과거 ‘갑질논란’이 일었던 이동우 사장이다. 이를 소비자들이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리 만무하다.

작은 사건도 인터넷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 퍼지는 시대다. 롯데마트 퍼피워킹 거부 논란도 SNS에서 시작됐다. 소비자와 밀접한 공간에서 사업을 한다면 어떤 기업보다도 소비자 만족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했다.

10년전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5000원 가격에 많은 양의 치킨을 판매했던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새벽부터 통큰치킨을 구매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질 정도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판매가가 비싸다는 평가가 나올 당시였고 이 점을 파고든 롯데는 서민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생각보다 쉬운 일일수도 있다. 롯데라는 대기업이라면 허들은 한 층 낮아진다. 말로만 쇄신과 변화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이 중요하다. 롯데의 실책에 삼성은 가만히 앉아 또 한 번의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그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롯데의 선택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