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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태가 확산...'))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굵직한 현안들이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신천지교회·이태원클럽발(發) 집단감염 등 코로나 관련 보도가 1년 내내 언론매체를 뒤덮으면서 국민들의 공포감은 커졌고 다른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중에는 국민이 당연히 알고 넘어가야 할 공공기관 관련 소식도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국민을 비웃듯 공공기관들이 사내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대출 특혜를 부여한 사건이었다. 사안은 심각했지만 코로나 사태에 묻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공론화되지 못했다.
신의직장 공공기관들, 정부규제 회피하며 수천만원대 저금리 주택자금 직원에게 대출
‘신의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은 사내대출을 통해 직원들의 주택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인데 작년 말부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사내 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일반 국민을 상대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것과 상반된다. 사실상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부동산 투자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까지 공공기관 75곳은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임차 명목으로 총 9138억5000만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공공기관 직원 1만4300여명이 주택자금 명목으로 평균 6370만원을 사내에서 빌려갔다.
이 기간 연간 대출 총액은 2016년 172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752억1000만원으로 늘었다. 연간 대출받은 직원 숫자도 3004명에서 4001명으로, 1인당 평균 대출액도 5735만원에서 6879만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지극히 낮았다. 작년 말 시중은행 만기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2.8~3.4%이다. 반면 공공기관 사내 대출 프로그램 133개 중 74개는 고정금리가 연 2.5% 이하, 43개는 연 2.0% 이하였다.
주목되는 사실은 공공기관의 주택자금 대출은 사내복지 명목으로 처리 돼 대출한도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규제 지역에 대해서 LTV 20~50% 규제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공기관 직원은 사내대출과 시중은행 대출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셈이다.
LTV란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를 말한다. 즉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집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보는가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이 60%면 시가 2억원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2000만원까지만 대출해주는 식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LTV를 강화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LTV는 9억원 이하 주택에 50%, 9억원 초과 주택에 30%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9억원 이하와 9억원 초과, 15억원 초과 주택들에 대해 각각 40%, 20%, 0% 등이 적용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5곳(보훈복지의료공단,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은 사내대출을 통해 LTV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후 사내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가 대출도 가능한 구조다.
이 중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년 이상 근속한 무주택 직원들을 대상으로 LTV 규제와 별개로 최대 1억6000만원까지 보증부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도 사내 주택대출 프로그램에서 LTV 제한 없이 최대 8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그 외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 등은 LTV 한도의 70%까지 각각 1억3600만원, 1억3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까지 해당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유지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부동산원 역시 직원들에게 LTV를 적용하지 않고 사내 주택 자금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된 취지를 벗어난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직원에게 연 2.7% 고정금리와 15년 분할상환으로 최대 1억4000만원까지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준다. 이러한 사내 복지 제도에 따라 부동산원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직원 49명에게 57억6200만원을 대출했다.
이 중 16억6000만원이 상환돼 현재 41억200만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잔액이 남아 있는 상태다. 부동산원의 사내 주택구입 자금대출은 사내복지기금을 재원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직원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대출받을 때는 LTV를 산정하지 않는다.
서울 내 10억원 아파트를 산다고 할 때 일반 국민은 LTV 30%를 적용받아 2억7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원 직원은 사내 주택자금대출까지 추가로 받아 4억1000만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 신용대출한도 1억원까지 더한다면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인 5억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박상혁 의원은 “정부는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LTV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부동산원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은 LTV 규제를 제대로 적용받지 않는다”며 “이는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을 위한 LTV 규제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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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국민 울리는 기업은행의 전세대출…직원 금리는 0.5%, 고객 금리는 최저 2.93%
금융위원회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이하 기은)도 임직원들에게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과도한 대출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은은 직원들에게 대출금리 0.3% 수준으로 최대 1억8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의 직원 대상 전세대출 금리는 2015년(0.31%), 2016년(0.33%), 2017년(0.36%)에 0.3%대를 유지하다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0.4%, 0.5% 등으로 소폭 올랐다. 대출 규모는 2015년 1033억원에서 2018년 1926억원으로 거의 2배 증가했다. 올해도 직원들의 임차보증금 예산으로 2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기은의 직원이 전세대출(연 0.5%)로 1억8000만원의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직원들의 총 대출 이자는 48만7872원에 불과하다. 반면 기은의 ‘IBK전세대출’(최저 연 2.93%)로 일반 고객들이 1억8000만원을 빌린다면 총 대출 이자로 286만9522원을 부담해야한다. 일반 고객이 기업은행 직원에 비해 거의 6배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하는 셈이다.
올해 9월 초 기은은 직원의 ‘셀프 대출’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직원이 ‘셀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대거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사건이었다. 문제의 직원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5곳에서 26건(73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개인사업자인 가족을 통해서는 3건(2억4000만원)을 대출해 경기도 일대 아파트, 오피스텔, 연립주택을 대거 매입했다. 부동산 상승기에 주택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기획재정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수은)도 임직원들에게 매년 초저금리로 200억원의 전세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수은은 작년에 직원들에게 1%대의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액은 무려 211억원이었다. 수은은 이미 2015년에 1.09%로 150억원, 2016년에 1.35%로 160억원, 2017년에 1.59%로 198억원, 2018년에 0.82%로 185억원을 대출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소관 특수은행인 수협은행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에게 일반 어업인과 비교해 낮은 금리로 344억원을 대출해준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정식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수협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에 의해 수협은행장이 선출되기 때문에 공공기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2028년까지 정부에 8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도 지고 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임 회장과 그의 가족이 소유한 대형선망업체의 선박 등을 담보로 총 334억원을 대출해준 것이 드러났다. 신용대출금 10억원까지 합하면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무려 총 344억원을 빌려줬다.
임 회장이 받은 대출상품의 금리는 일반 어업인들이 받은 우대 대출상품 금리보다 훨씬 낮았다. 올해 9월 수협은행은 임 회장에게 ‘대형선망어업인 특화대출’ 17억6000만원 대출금에 금리 0.97%를 적용했다. 다른 대출도 대부분 1~2%대 수준의 금리였다. 반면 그 당시 수협은행에서 취급하는 어업인 우대대출상품 금리는 전반적으로 4~5% 수준이었다. 어업경영자금대출은 4.46%, 상호금융우대대출 4.54%, 조합원생활안정대금대출 5.14% 등이었다.
김승남 의원은 “수협중앙회장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비상임 신분이기 때문에 개인 소유 업체를 담보로 어업인과 비교해도 상당한 우대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다”며 “대출과정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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