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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동학개미들로부터 불신을 받아온 시장조성자(증권사) 제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이와 함께 불법(무차입) 공매도 적발 강화를 위한 점검 주기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된다.
20일 금융위원회(금융위)와 한국거래소(거래소)는 “시장조성자 제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고 불법공매도 적발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3개 기본방향과 9가지 세부 개선방안을 밝혔다.
시장조성자 제도란 거래소가 증권사와 시장조성계약을 맺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를 말한다.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고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등 순기능이 있어 대부분의 선진시장에 도입된 제도다. 국내에서는 1999년 파생시장에 도입된 후 2005년 주식시장으로 확대됐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총 842개 종목에 대해 증권사는 22곳이 시장조성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평균 시장조성 거래규모는 주식시장이 약 580억원, 파생시장이 514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조성 거래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증가하면서 시장불안 확대 등 제도 남용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 자체적으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제 준수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무차입공매도와 업틱룰 위반 의심사례가 일부 적발됐다.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공매도 전면 금지… 업틱룰 면제 폐지
금융위는 시장조성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저유동성 종목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며 △시장조성자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공매도 비중이 높은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시장 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은 코스피200선물과 동일한 종목과 비중을 가진 선물·옵션 상품으로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파생시장 내 다른 헷지수단이 존재함을 감안한 조치로, 이를 통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현재보다 4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시장조성자의 공매도에 대한 업틱룰 면제도 폐지된다. 업틱룰이란 공매도에 따른 직접적인 가격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A사 주식 직전가가 5만원이라면 공매도 호가는 5만50원, 5만100원 등 5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만 제출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했지만 업틱룰 면제가 호가 제출의무 이행에 필수요소는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해 업틱룰 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무차입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업틱룰 위반여부 자동적출 시스템 마련 등 불법공매도 관련 시장조성자의 내부통제시스템 고도화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시장조성자 제도를 저유동성 종목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되는 경우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서 제외하고,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하위 종목 참여도 의무화한다.
시장조성자 관련 정보공개도 확대해 종목별 시장조성 계약 현황 등 상세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상세한 시장조성 거래내역을 주기적으로 공시한다. 이 밖에도 시장조성업무 수행과 관련해 1000만원 이상의 거래소 제재금을 받은 경우 1년간 시장조성자 자격을 정지한다.
불법공매도 사후적발 시스템 우선 구축…모니터링 강화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도 구축된다. 이달 9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수준 강화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개정법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는 위법한 공매도 주문을 감시하고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금융당국은 차입 공매도 호가 관련 정보를 시장감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러한 공매도 정보를 별도로 수집한 대량매매, 대차거래 등 여타 거래정보와 연계·대조해 불법공매도 의심거래 적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거래(T일) 이후 결제일(T+2일) 12시까지 증권사에 결제주식이 입고되지 않은 주문(이상거래)에 대한 거래소 점검주기를 현행 6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축소한다. 그동안 이상거래에 포섭되지 않아 불법공매도 적발의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던 미소유 주식 당일 매도·매수 주문을 적출할 수 있는 기법을 거래소가 개발해 시스템화한다. 이는 기관·외국인 등이 당일 동일 수량을 선매도·후매수한 경우 의심호가로 적출하거나 연중수시로 점검테마를 정하고 매도시점 잔고 확인 등을 통해 불법여부를 점검하는 방식 등이다.
이밖에 시장조성자의 업틱룰 예외 공매도 주문에 대한 의무의반 여부도 지속 점검하고 불법공매도 상시 모니터링 및 점검을 전담할 조직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내 신설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과제는 증권사 등과 협의를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해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사항은 시장영향 분석 등을 거쳐 조속히 세부방안을 확정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은 내년 2월까지 관련규정 개정, 시스템 개발 등을 완료하고 추후 공매도가 재개되면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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