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울산 
▲ 사진=위즈데이타
개 같은 21세기 세상
미친 개가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하늘을 향해 짖어대는데
차디 찬 바람이
가쁜 쉼을 몰아 쉬며 달려온다.
금방이라도 검은 비를 내릴 것 같은 하늘이
검붉은 피로 물들고
여름을 떠나보낸 나목(裸木)들이
겉 가지 흔들며 울부짖는다.
저 만큼에서 하얀 거품을 토해내며
바다가 혀를 널름 거리는데
철새와 연어가
제 철을 만나듯 돌아오려 안간힘을 쓴다.
<深頌(심송) 안호원>
☞ 생명 예찬
철새와 연어의 하늘과 바다에서의 이동거리는 얼마나 될까라고 묻는 상식을 훨씬 넘어선다. 철새는 5~6천km 날아가는 종이 있는가 하면 연어는 무려 7~8천km를 이동한다. 철새와 연어들의 이동은 오직 생명을 향한 날갯짓이자 헤엄이다. 안성맞춤의 기후를 찾아 그리고 후손을 낳기 위해 그렇게 지구를 내 안마당 삼아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수천마리의 새가, 수십만 마리의 연어가 생명의 영원성을 잇기 위한 길을 날고 헤엄쳐 가다가 하염없이 죽어 나간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시인은 “철새와 연어가 제 철을 만나듯 돌아오려 안간힘을 쓴다”고 했다. 개 같은 현실이 자신을 사정없이 짓누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 보고 싶은 길을 깜깜하게 막는 중압감이 세다. 이 와중에 시인은 철새와 연어로 생명의 기적을 응시하고 있다. “미친 개가 하늘을 향해 짖어대는” 세상은 아무래도 아니다. 하늘은 존엄과 완벽함 그리고 자비와 사랑의 상징인데, 미친 개들이 그 하늘을 향해 짖어대고 있으니 가슴이 아프다. 생명과 인간이 말살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하얀 비를 그토록 좋아하는 시인이 검은 비를 봤다. 그런 비를 쏟아낼 하늘이 “검붉은 피로 물들이니” 예의 심상치 않다. 낙엽진 나목(裸木)들까지 분위기가 스산하다. 바다마저도 혀를 널름거리며 세찬 파도를 만들어 낸다. 이런 세상에서 그래도 철새와 연어는 생명 그 자체의 존엄함과 영원성을 위하여 사투를 벌인다.
시인에게는 ‘개 같은 21세기 세상’도 역사의 기록 남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차라리 섬칫해 한다고 할 것이 맞는 것 같다. 후손에 부끄럽지 않은 지금의 역사는 철새와 연어처럼 진정한 사투를 벌이는 순수함의 극치나 절정에서 나올 수 있음을 하소연 한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