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누가 봐도 프레임이 분명한 약자라는 개념을 달리 볼 이유가 있나

A. 사회를 착취와 피착취, 자본가와 노동자, 부자와 서민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차별적이고 계급적이며 대립적인 잣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약자가 누구인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당연히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이 피착취자가 되면서 약자가 된다. 하지만 이는 외견상 보이는 약자 프레임에 근거했다는 것을 곱씹어 살펴봐야 한다. 약자 프레임은 통상 도덕적 잣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상대적으로 그 대척점에 있는 상대는 부정적으로 내몰린다.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 내면의 양심이나 일을 성취하는 능력 및 성실도 등의 기준을 힘께 감안하지 않은 단선적인 평가로 약자 프레임을 세우면 허위의 정의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계층·계급적으로 보면 선한 부자와 정의로운 자본가라고 해도 착취 내지는 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내몰리기 십상이다. 약자 프레임에 있는 약자는 이때 쾌락과 안주에 빠질 가능성을 높인다. 약자는 강자 프레임으로 묶인 상대를 나쁘게 몰아갈 환경까지 만들어가야 한다는 자기유혹에도 빠진다. (253쪽 : 쾌락과 안주는 흘러가는 나를 보지 않는 무가치의 의존적 자기추락을 방치하는 타락이다) 약자를 위하는 것 같은 약자 프레임은 약자의 위상에 스스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치명적 결점을 갖고 있다. 약자의 개념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필요성이다.

 

 

A. 약자와 대립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 시각의 지배자라고 몰이해를 하면 오판의 시작이다. 약자 위에 있다고 해서 양심이 없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또한 게으르다거나 무능력하다는 확신이 든다고 해도 그 근거에 대해 심도 깊게 따져 봐야 한다. 오히려 이들이 외견상 드러나는 약자보다 더 양심적으로 더 도전적인 노력을 통해 책임 있는 삶을 중시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많다. 약자 프레임으로 보면 그것이 정 반대로 보일 때가 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의 경우 양심적이고 성실한 자수성가형이 평균 70~90% 정도를 보인다. 이들은 평생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성실하며 더 끈기 있는 삶을 통해 지배적 위치로 올라섰음을 자임한다. (187쪽 : 양심적 자본가들은 자유시장 내 긍정적 선순환을 통해 악마적 환경의 부(富)조차 이로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강한 의지를 쏟아낸다) 이들 대부분은 평소 부질없는 갑의 삶을 살지 않아 성공의 방점을 찍어 간다. 공통점은 그래서 포기를 모르고 신념이 강하다. 본의든 타의든 성공을 위해서는 중단 없는 노력은 기본일 뿐만 아니라 성취과정에서 능력을 꾸준히 더 기른다. 특히 오만과 교만을 버린 채 협조적인 마인드를 먼저 갖는다. 심지어 그들 내부에서도 갑질은 커녕 을의 자세로 성실하게 일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공유한다. 갑이지만 을의 삶을 올곧게 살아 성공한 케이스는 안쓰러울 정도로 약자의 입장에서 인내할 줄 안다. 이들에게 착취자·지배자라는 단선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가혹하다.

 

 

A. 약자를 논할 때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적 지위나 돈의 많고 적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잘못된 시각들이 많아 틀린 방점에 꽂히면 자칫 사회를 더 혼탁하게 만든다. 사람만을 놓고 잣대를 대면 약자를 더 약자이게 만들어 끝내 계급구조를 더 벌리고 계층 간 장벽을 더 단단히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가진 내면의 도덕률을 반드시 가늠해 봐야 한다. 양심에 충만한 노력으로 성실하게 성공했음에도 시기심이나 일방적 적대감 등의 원인으로 인해 사실이 아닌 내용에 의해 비판 받고 위험에까지 내몰리면 정작 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하지 못한다. 이들이 착취자로 내몰리면 그 반대급부로 선의의 탈을 쓴 채 위장한 거짓 약자들이 사악하게 변하고 만다. 이내 사회적 선의를 공격하거나 왜곡하는 등 횡포를 부린다. 이런 사회가 되면 능력도 있고 정의감이 있는 능력자들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해 진짜 약자로 떨어진다. 보이지 않는 악의에 의해 보이는 도덕률의 싹이 잘리는 상황이면 누가 진짜 약자이고 강자인지 구분이 안 된다. (322쪽 : 평등한 분배의 정의가 삶의 행복을 보장할 확률이 커지는 것은 틀리지 않지만 그것이 자유시장의 효율성을 전제하지 않으면 부자의 길을 억제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역차별이 여기저기 마구 발생하면 겉으로 보이는 약자들은 포악한 파괴자들로 변해간다. 심해지면 인심(人心)인 듯한 탈을 쓰고 수심(獸心)을 쓴다.

 

 

    

A. 약자가 약자의 나락으로 떨어진 배경을 따져보면 사회 시스템이나 강자의 횡포가 아닌 자신의 문제로 인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도덕률의 문제는 특히 그렇다.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고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조차 모를 때가 있다. 이런 약자의 정의감이 높아질 때 책임감은 비양심으로 내몰리고 치열한 성공은 반칙으로 지탄받는다. 억울한 상황들이 예고되는 사회에서 근면한 노동이나 건전한 경쟁이 정착되기 어렵다. 이 상황들이 군중들로부터 묘한 환호를 받으면 지배적 위치의 강자는 결코 강자가 아니다. 인심(人心)과 수심(獸心)이 마구 혼재된 가운데 누가 사람다운지 그리고 누가 짐승 같은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결과는 대단히 엄정하다. 삶의 감옥이자 지옥이라고 할 가난은 인심이 아닌 수심으로부터 찾아든다. (264쪽 : 가난은 충동적이고 가벼운 움직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인과율이 분명해 피하기 어렵다) 강자의 음모론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촉발하는 것이 자신을 속이는 자아함정이다. 약자를 자처하면 이 함정에 십중팔구 빠져든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상황을 은폐·엄폐하거나 변명으로 치부하고 도망가듯 피하기를 예사로 한다. 이내 약자 프레임으로 강자를 공격하는 과격한 양상이 벌어지면 자신을 더 속인다. 수심을 쓰면서 인심을 쓰는 것으로 오판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A. 지휘(관리)하고 지휘를 받는 구조에서는 당연히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거나 못살게 구는 것이 훨씬 많아 보인다. 실제로 지휘를 너무 과격하게 하고 반칙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 그런 일을 하는 풍토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일이 안 풀리고 쇠락한다. 소위 갑질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시장의 자율정화 기능에 의해 경쟁에서 밀려날 뿐만 아니라 끝내 망한다. 따라서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강자의 일방적 횡포는 죽음으로 질주하는 바보짓이다. (265쪽 : 교만을 다스리지 못하면 허구의 선과 악이라는 혼돈에 휩쓸리고 만다) 현대 자본주의 진검승부 링에 오르면 용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배자는 약자의 위치로 떨어지기 일쑤다. 아니면 약자의 위치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야 약자로 떨어지는 비운을 막는다. 칼자루를 쥐기보다 칼끝을 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배적 위치는 칼끝의 공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으로 결정된다. 치열하고 두려우며 하기 싫은 그 지배적 위치가 약자보다 결코 강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 순간의 선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공포는 결코 강자가 아니고 실제 강자의 횡포로부터 나오기는 더 어렵다. 지휘자나 관리자는 과격하거나 포악할 수는 있어도 인심을 수심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수심은 쇠락의 부메랑을 부른다는 것을 잘 안다.

 

 

A. 칼자루를 잡아 본 사람은 칼끝에 서는 공포를 알기에 칼자루보다 오히려 칼끝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강자의 오만이 아니다. 강자의 위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위기의 연속을 감당하는 용기를 늘 축적해야 하는 탓이다. 강자일수록 더 강한 상황을 놓고 늘 번민한다.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승리해야 나올 수 있는 자본주의 링에서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패한다. 그만큼 경쟁의 변수들이 치열해 방심은 금물이다. 늘 칼끝에 있다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능력이나 실력배양을 해야 한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칼끝에 서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칼끝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긴요하다. 배수진을 치는 책임감 어린 노력 뒤에 건강한 사회, 강력한 국가가 세워질 기초가 세워진다. (546쪽 : 자신이 가진 능력 범위에서 차별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하기 힘든 현명한 힘의 동선이다) 위험을 감수한 긴장감은 사태파악을 명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이길 방안을 항상 제대로 찾게 해준다. 현명한 힘의 동선은 칼자루가 아닌 칼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지배적 위치의 강자가 취하는 격렬한 현실은 약자의 위치보다 더 쉽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다. 차별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지난한 과정을 계급론·착취론으로 보는 것은 단선적이고 편협하다.

목차

제1장 신 보수의 가치   1-1. 욕망의 장 1-2. 권력의 장 1-3. 경쟁과 차별 1-4. 빈수레 진보 1-5. 이념의 굴레 1-6. 탈 진영의 길 1-7. 신 보수가치   제2장 누가 약자인가   1-1. 인심과 수심 1-2. 베품과 이기심 1-3. 강자와 약자 1-4. 강자논리 1-5. 약자논리 1-6. 강자의 비탈 1-7. 약자의 험로   제3장 새로운 평등을 말한다   1-1. 불평등 샘 1-2. 평등론 1-3. 평행한 삶 1-4. 삶의 사단(四端) 1-5. 책임의 행복 1-6. 신들의 평등 1-7. 인간의 지혜   제4장 제국주의는 없다   1-1. 열국주의 1-2. 제국과 식민지 1-3. 민족의 꿈 1-4. 제국의 꿈 1-5. 1인 나라 1-6. 초국의 실수 1-7. 무국의 질서   제5장 민중은 가공됐다   1-1. 국민론 1-2. 민중론 1-3. 지성적 시민 1-4. 오만한 민중 1-5. 인공의 허(虛) 1-6. 신들의 공(功) 1-7. 인간의 꿈   제6장 역천의 이념인가   1-1. 건곤(乾坤) 1-2. 변증 소용돌이 1-3. 하늘의 영광 1-4. 반야(般若)의 지혜 1-5. 순천&역천 1-6. 현재형 인간 1-7. 미래 사다리   제7장 이상사회를 논하다   1-1. 제3의 역사 1-2. 사회적 굴레 1-3. 사회의 꿈 1-4. 대동사회 1-5. 커뮤니티 진보 1-6. 이상국가론 1-7. 이상사회론

Q. 정당한 경쟁에서 약자로 떨어지면 국가나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옳지 않나

 

A. 자유시장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냉혹하다. 반칙이나 변칙을 쓰는 것이 냉혹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칙·변칙 등의 문제가 스스로 정화되는 시스템이 자유시장에서 작동한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 냉혹함의 태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도를 기본으로 하려 하면 시간의 문제일 뿐 승리자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올바른 경쟁을 하고도 실패했다면 당연히 재기의 기회를 주고 도움까지 주어야 한다. 문제는 올바른 경쟁을 했어도 과욕을 했거나 탐욕을 부렸을 때다. 능력 이상의 것을 벌이거나 탐하면 아무리 정도를 걷는다고 해도 실패 확률이 높다. 이를 모두 구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제해서도 안 된다. 대개 이념과 이상주의에 빠지면 노력한 것 이상의 대가를 자신도 모르게 바란다. 이는 절도나 강도짓보다 나쁜 부도덕한 관념이다. 정작 당사자는 이를 모르거나 간과한다. (650쪽 : 이념을 묻고 자유를 향유하는 그들로부터 결실의 씨앗들이 발아된다) 과욕과 탐욕은 사회와 국가를 병들게 하는 요행과 사행심을 퍼뜨린다. 사회가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일확천금의 과욕·탐욕이 확산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는 공동의 인식이 중요하다. 이념과 그 이념의 추종자들은 그 반대라는 점에서 뱀의 유혹에 빠진다. 정의로운 자세로 경쟁한다고 자신하기 이전에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맞는 일을 하고 벌이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이는 자기와의 치열한 도덕률 싸움이다. 자신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워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해 닥치는 불행이나 위기는 감당해야 할 자기 몫이다. 이를 선제적으로 기꺼이 수렴하는 자세가 먼저다. 과욕·탐욕 등으로 벌어진 낙오자를 약자라고 해서 마구잡이 구제하면 음험한 기운이 확산된다. 그 여파로 분열의 씨앗들인 증오감과 적대감 등이 몰려온다.

 

 

A. 삶에 충실한 노력이 어느날 억울한 누명을 쓰면 능력자들이 기회의 공정성을 박탈당한다.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이들이 약자다. 그래서 강자라고 해서 약자보다 무조건 나쁠 것이라는 프레임이나 선입견은 오류다. 나아가 강자에 대한 약자의 공격명분이자 기막힌 술책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섣부른 약자에 대한 배려는 약자를 더 암울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자유시장의 선한 모습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또한 선이다. 약자 프레임을 강하게 세우지 않는 것이 선의 시작이다. (630쪽 : 자유의 로고스는 절대적 무간섭이다) 자본가나 부자가 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이유 없이 혹평이나 비판을 받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빈부격차가 더 벌어진다. 약자 프레임이 경도될 때 약자를 향하는 빈곤의 대역습이 무섭다. 자수성가형 인사들의 공통점은 그래서 무능력과 게으름을 철저히 경멸한다. 약자 프레임은 자수성가형 강자들과 조화할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을 뿌린다. 이들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 약자는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진다. 약자 프레임에 의해 근거 없는 시기심을 유발시키고 자수성가형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이 만들어질수록 계층·계급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높은 담을 쌓고 그들만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마음까지 닫는 성공사례들이 늘어난다. 진보와 이념의 세력들은 아직도 외견상 약자 프레임을 이용하거나 동원해 약자를 정치적 먹잇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자수성가형의 특징은 책임의 눈으로 잘난 척을 하지 않고 무책임의 눈으로 비겁하게 숨지도 않는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된다면 반드시 숨어 나오지 않게 돼 자유시장의 역동성을 말라 죽인다.

 

 

A. 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약자는 억울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해결방법은 통제나 보호가 아닌 자유를 고양시키는 방식이다. (374쪽 : 인간이 신성으로 모든 일을 자유자재로 한다는 것은 타자를 향한 출발점을 찍는 일이다) 자유시장에 칼을 들이대고 약자를 일정한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이라고 실행하면 약자를 두 번 죽이는 것도 모자라 재기를 못하도록 하는 몹쓸 짓이다. 시장 스스로 자유를 줄이는 이상현상을 보일 때 자유 에너지에 풀무질을 해주는 것이 억울한 약자를 진실하게 돕는 방식이다. 억울하지 않은 약자는 반드시 일어날 수 있기에 특별한 보호방식이 오히려 발을 묶을 뿐만 아니라 강자의 씨앗을 품고 있는 약자의 경우는 더 죽이고 만다. 자유시장의 가치는 약자를 규정하지 않기에 인위적 보호는 없다. 타자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조연 역할만을 한다. 타자를 많이 돕는 일 가치에 충실할수록 약자는 탈바꿈을 계속한다. 약자의 억울한 상황을 원초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진보는 그 상황을 방치하거나 더 조장해 끝내 제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약자들의 억울한 상황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진보 또는 이념의 세력들이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과 구실로 조성된다. 그 실리는 정치적으로 흘거간다. 정치적 피해자는 반드시 약자에게로 향하지만 정치는 덩실 춤을 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