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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시끌벅적 거리던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가고 이제는 생업에 종사하기 위한 귀환 행렬까지 끝났다.
추석이 되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선물 보따리를 싸들고 부모, 형제, 친구들이 있는 고향으로 가는 날이다. 특히 한가위는 말 그대로 ‘가을의 한 가운데’ 란 뜻을 갖고 있는데 한 해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여서 우리 명절 가운데 가장 풍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인심 좋은 우리 민족은 추석이 되면 아무리 어려워도 햅쌀로 빚은 떡, 나물, 고기를 이웃과 나누며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요한 시간을 보내며 즐겼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이 시점에서도 그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선진 대열에 올라갔다 해도 상대적 빈곤을 따지다보면 그런 말이 여전히 나올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추석 명절이면 축제에 들뜨기보다 더욱 서러워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게 있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렇기에 민족 대명절인 추석 때 만 되면 소외된 이웃들의 가슴에서는 찬바람만 가득 분다.
고향에 있는 그리운 가족들을 생각하면서도 갈 수 없는 괴로움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또 생계 때문에 낯 선 이국땅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빠진 이주 노동자들, 60여년의 긴 세월과 기다림에 지쳐가는 이산가족….
여기에 격심해진 양극화 탓에 ‘그들만의 풍요’와 ‘비천한 내 자신’으로 비교되는 현실에서 확산되는 심리적 불안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금 더 넉넉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생각하며 나눔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포근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르시되 네게 아직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누가복음 18 : 22>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박모(56세, 여)씨는 사무실에서 평소대로 쓰레기통을 치우려고 책상 아래로 허리를 숙였는데 깜짝 놀랬다.
그 책상 밑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바구니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박씨는 우선 자기 눈을 의심 했다. 매일 새벽 1~2시간 청소하는 곳에 자기 이름이 적힌 물건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자기에게 온 물건이 맞는 것 같아 다시 바구니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이름 옆에는 ‘행담 통’(일명·행복을 담은 통)이라는 글귀도 보였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니 ‘핸드크림과 비타민, 그리고 한우세트가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편지도 함께 쌓여있었다. 사무실 직원들이 그녀에게 직접 손으로 쓴 감사의 편지들이었다. 카드도 있었다. 카드에는 “당신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우리가 일 할 수 있었을까요?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애써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직원들은 추석 전날 책상 아래에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추석빔 선물셋트들을 정성스럽게 놓아 두었다. 전 직원들은 편지도 함께 썼다. 직접 손으로 쓴 감사의 편지들이다. 카드도 있었다. 한 카드에는 “당신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우리가 일 할 수 있었을까요?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애써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라는 글귀가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이미지=위즈데이타>
행담통을 받은 사람은 박씨 말고도 또 여럿이 있었다. 추석을 맞이하면서 대우증권 직원들이 사무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162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여기에는 본사는 물론 과천 연수원, 그리고 각 지점 직원들이 자진해서 동참을 했다.
‘Thanks Giving Day’(추수감사절)와 ‘Think you very much’를 합성해 ‘Think Giving Day’로 명명된 대우증권의 이번 프로젝트는 올 해 처음으로 시도해 본 것으로 미리 자기 부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이름과 나이 등을 파악해 기호에 맞는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경비는 회사가 충당했지만 직원들은 모두 직접 쓴 감사의 편지를 준비했다. 직원들은 환경미화원들이 자연스럽게 선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벤트 전 날인 12일 저녁 준비해둔 선물과 카드가 담긴 바구니를 쓰레기통 주변에 놓고 퇴근을 한 것이다.
몇몇 근무자들은 끝까지 자기에게 온 선물인지 모르고 손을 대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직원들이 행담통을 들고 가서 말을 하면서 선물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이벤트를 준비 한 대우증권은 선물을 준비한 직원은 물론 환경미화원 모두가 너무 좋아하고 있고 반응도 좋아 내년에도 이 같은 행사를 이어 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전 직원이 함께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정성과 진심을 전달 할 수 있어 좋았다” 며 “특히 민족 명절인 추석을 맞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또 대우의 한 가족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이루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벽 쓰레기 통 옆에 있는 작은 바구니에서 행복을 발견 한 것이다. 그래서 환경미화원과 직원들이 모두 한 가족이 되어 추석날 밤에 뜬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었다.
내년에는 대우증권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가 ‘행담통’을 나눠주며 나눔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하나가 되어 밝은 사회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가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요한일서 1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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