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줄줄 새도 눈 감은 강원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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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6 00:02:31

최근 지방공기업의 방만경영 행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자회사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골프장에서 운영주체인 강원도개발공사 간부와 알펜시아 임원 등이 코스 점검을 이유로 1년 넘게 무료 라운딩을 하고, 돈내기 골프를 치다 적발됐다.

스키장과 골프장 등의 시설을 갖춘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1조6325억원을 들여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조성한 초대형 리조트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은 강원도개발공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채비용만 7000억원이 넘는다. 하루 이자만 약 4000만원에 달한다. 혈세가 줄줄 세고 있는데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담당자들은 돈내기 무료 골프를 즐겼다.

사안의 심각성이 적지 않지만 강원도개발공사는 방만경영을 근절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 감사 결과 공적기관 임직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과 달리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알펜시아리조트 임원 2명은 감봉 3개월 조치했고, 강원도개발공사 직원 1명과 알펜시아 직원 4명 등 5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만 내려졌다.

오히려 적발된 알펜시아 임원들은 현장에서 반성은커녕 감사를 제보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들을 색출해 인사 보복하기 위해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안일한 대처가 공익제보자는 물론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더욱이 지난해 12월부터 알펜시아 경영진의 내기 골프 건을 감사했던 강원도개발공사 직원이 알펜시아 경영관리본부장으로 발령이 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실상 강원도개발공사가 스스로 방만경영 꼬리표를 자르기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강원도개발공사를 이끌고 있는 이만희 사장 역시 책임을 피하긴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 입장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은 최우선 과제다. 혈세나 다름없는 세금이 줄줄 세고 있는 데도 부실한 관리·감독뿐 아니라 징계조차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다보니 쇄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실제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등 전국 8개도의 도시개발공사 중 재무건전성이 가장 열악하다. 지난 2019년 다른 도시개발공사가 흑자를 낸 데 반해 강원도개발공사만 727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 규모는 1조240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04%에 달한다. 지방 소재 도시개발공사 중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곳은 강원도개발공사가 유일하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적자와 빚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그간 사장 및 임원은 억대 연봉을 챙겨왔다. 2019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연봉으로 약 1억800만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전남개발공사는 337억5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사장은 연봉으로 1억370만원을 받았다. 담당 공기업이 적자를 내도 사장이 받는 경영상 책임과 불이익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물론 공기업은 수익뿐 아니라 공공성도 신경써야 하다보니 민간 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평가가 일자리나 노사관계 등 사회적 가치 비중을 높이다보니 경영 성과와 생산성 등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라면 부채가 늘었을 때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에 사활을 거는 반면 공기업은 반대로 덩치를 키우고 있어서다.

강원도개발공사도 마찬가지다. 적자를 내고 부채가 쌓여 가는데도 매년 신규채용을 늘렸다. 2019년 강원도개발공사는 20명을 신규채용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지방 주택도시공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신규채용으로 뽑았다. 같은 기간 전남개발공사는 10명, 경북도시개발공사는 6명을 신규채용했다. 54억원의 흑자를 낸 충북개발공사도 신규채용 인원은 불과 3명에 그쳤다.

정부가 공기업에 요구하는 첫 번째 사회적 가치가 일자리다 보니 지방 공기업 입장에선 신규채용에 꾸준히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채가 늘고 있는데도 유독 정부 눈치보기 급급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도 올해 들어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경영 국제표준을 도입해 사회적 가치창출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그에 앞서 국민의 세금이 무분별하게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내부단속이 먼저다. 코로나19 위기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공기업 만큼은 예외라는 안일한 인식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공기업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