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 눈엔 탈북민 눈물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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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한대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09 00:02:30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기자들의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귀빈으로 초대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인권 기록물 공개와 관련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인(탈북자의)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아직 확인·검증 과정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예상된 답변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를 했던 탈북민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를 들으니 불쌍한 영혼들이 떠올랐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3대독재 체제를 반대하며 민주화 혁명에 투신해 산화한 수많은 영혼들이 이 장관의 소리를 듣고 아마도 으스러진 뼈를 다시 모아 좀비처럼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함을 풀길이 없는 영혼을 달래주진 못할망정 자신들도 걸었던 민주화의 뿌리를 저리 짓밟아 버리다니 참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이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의 망언에 너도 나도 탄식했다. 아니 분노한 것 같다. 탈북민 영화감독으로 오랫동안 대중예술분야에서 활약해온 김규민 감독이 자신의 SNS에 “나는 반역자다, 북한 법으로는. 나는 강도이자 도둑이다, 북한 법으로는. 나는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다, 북한 법으로는. 나는 북에서 고문 받은 적이 없다, 북한 법으로는. 나는 북에서 굶은 적이 없고 다만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을 뿐이다, 북한 말로는. 나는 인민의 낙원에서 살았다, 북한 말로는. 나는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북한 말로는. 문재인은 삶은 소대가리다, 북한 말로는.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의 똥개다, 내 생각에는!!!”이라는 글을 남겼다.

누군가가 하고 싶은 말을 아주 잘 정리해놓은 것 같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있는 대한민국의 인권 감수성이 지금 이 모양이다. 어쩌면 저리도 북한에 칭찬받을 일을 스스로 찾아하는지 내심 부럽기도 하다. 가만히 있어도 북한 정권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는 우리 사회 정치리더들의 참 모습이니 오래오래 기억해두길 바란다.

이들은 눈엣 가시 같은 탈북민들이 수령과 당과 조국을 버리고 이 땅에서 호의호식하니 미운 정이 앞섰을 것이다.

김정은은 참으로 현명한 것 같다. 아니, 선대들이 앞을 내다봤을지도 모른다. 탈북민을 사회의 암적 존재로 전락시켜 이들의 말을 누구도 듣지 않게 만들려는 대남전략이 아주 잘 맞아 떨어진 대목이다.

이 장관께 한마디 조언 드리고 싶다. 통일된 후 바짓가랑이 걷어올리고 북한으로 먼저 가길 바란다. 그들이 아주 반갑게 마중해줄 것이다. 인민의 낙원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온 북한 주민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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