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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중국의 소금상인 이야기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17 10:50:50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명암은 어디서 엇갈렸나
/상업 천시하던 유교 질서 일찍 벗어버린 중국
/양주 회안 진출한 徽商은 대표적인 성공 모델
/현대중국, 개혁개방 후 상인 기질 의도적 자극
/反기업·배아픔 정서의 한국 대비태세 잘돼 있나 
 
세계 주요국들의 2020년 경제성적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표다. 러시아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3.1% 줄어든 반면 중국은 코로나 와중에도 2.3% 성장했다. GDP 규모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10배 정도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에서는 러시아가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줄곧 앞서왔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는 마이너스, 중국은 플러스 성장을 함으로써 두 나라 국민소득이 거의 비슷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1~2년 안에 국민소득에서도 중국이 러시아를 추월할 게 확실시된다.
 
이 수치가 의미 깊은 것은 두 나라의 공통점 때문이다. 러시아의 전신(前身)인 소련은 공산주의 세계의 종주국이었고, 중국은 공산주의 출발은 늦었지만 소련과 함께 양대 세력으로 오래 군림해 왔다. 게다가 민생(民生) 해결의 치명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의 길을 선택한 것도 똑같았다. 중국이 1978년, 러시아는 1985년의 일이다. 그 뒤 명암은 엇갈렸다. 중국은 미국이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했고 러시아는 이제 국민소득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대체 두 나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중국은 경제적 성공을 거뒀고 러시아는 지지부진한 것인가. 여러 사회문화적 추론들이 제기되지만 중국인의 상인 기질 때문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장사꾼 속성을 말할 때 양주와 회안에서 활약했던 소금상인, 즉 염상(鹽商)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2대 하천인 황하와 장강 사이에 대운하가 위치해 있는데 그 근처에 있는 도시가 양주와 회안이다. 그 중 양주는 당나라 때 신라 출신의 최치원이 활약한 곳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져 있다.
 
두 도시는 오늘날로 치면 사람과 돈이 모여드는 물류의 중심지였다. 중국 강남에서 세금으로 징수한 물자를 수도인 북경으로 수송하려면 대운하를 통과해야 하므로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했다. 16세기 중국에 살았던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북경에 대해 “북경에는 어떤 것도 생산되지 않지만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 뒷배가 된 곳이 양주와 회안이다.
 
더구나 이 일대는 바닷가와 가까워 소금을 생산하는 염장들이 많았다. 요즘은 달라졌으나 과거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소금 전매제도를 택할 만큼 희소가치가 컸다. 한때 양주와 회안 일대에서 소금 유통을 통해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이 전체 세수의 절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두 도시에서 명청(明淸) 시대에 걸쳐 300년 동안 번영한 상인 집단이 있다. 안휘성 휘주를 고향으로 하는 휘상(徽商)이다.
 
휘상은 산서성 출신의 진상(晋商)과 함께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상인 집단으로 꼽힌다. 우리 입장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한국과 같은 유교 사회이면서도 훨씬 일찍부터 상업에 눈뜬 점이다. 휘상의 출신지인 휘주에서는 ‘상인을 제일의 생업으로 여기고 과거 합격은 그 다음’이라는 인식이 16세기에 벌써 나타났다. 어떤 기록에는 ‘이전에는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었으나 농사를 버리고 공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자가 세 배나 많아졌다’고 했다.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 질서의 붕괴다. 이들이 주로 진출한 곳이 ‘기회의 땅’ 양주와 회안 지역이었다.
 
상인들이 유학 공부를 겸하고 있던 것도 한국과는 다른 현상이었다. ‘휘상 3명이면 그 중 1명이 유학을 공부한다’면서 ‘무릇 유학에 종사했으나 끝내 효과가 없으면 공부에 손을 떼고 이익을 향유한다’고 기록했다. 아울러 ‘상인은 이익을 두텁게 하기 위함이고 유학은 이름을 드높이기 위함이다’라고 밝혀 상업과 유학에 같은 비중을 두고 실용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상업을 하면서 유학을 좋아한다’는 이른바 ‘고이호유(賈而好儒)’의 정신이다. 사농공상 질서에서 가장 위에 있는 유학과, 맨 아래인 상업의 만남은 우리에겐 매우 낯설다.
 
소금 전매는 매입 가격의 6,7배를 벌어들일 수 있는 훌륭한 장사였다. 큰돈을 거머쥔 염상들의 사치는 지금도 중국인의 화제에 오를 만큼 유명하다. 돈을 물 쓰듯 쓰기도 했지만 쓰는 모양새도 기상천외하고 퇴폐적이었다. 중앙 권력자들은 친(親)상업적이었다. 장강 등의 범람으로 양주 회안 지역에 큰 수해가 발생하면 황제가 직접 현지 방문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황제를 맞게 된 상인들은 수해 복구 등의 명목으로 거금을 내놓고 황제는 상인 가문에 관직 등 명예 수여와 함께 새로운 특혜로 보상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이런 ‘정경유착’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고 상호보완의 관계로 받아들였다.
 
요즘 해외 토픽에 등장하는 중국 부자들의 기형적 사치와, 중국 공산당 정부와 대기업의 ‘한 몸 밀착’ 등 현대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런 정체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전통적인 상인 정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1993년 ‘중국의 10대 상방(商幇·상인 집단)’이라는 책이 출간된 것을 전후로 중국 학계에선 과거 상인 집단에 대한 연구가 봇물을 이뤘다. 10대 상방은 동남아시아로 진출해 현지 경제를 장악한 복건 상인 등 중국 전역에 걸쳐 있었다. 양주 소금상인을 다룬 장편 드라마 ‘대청염상’이 2014년 중국 CC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중국인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자극해 보겠다는 의도다. 양주 회안의 염상은 이제 몰락했지만 그들이 남긴 상인 기질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여기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우리와의 비교다. 최근 국내 부동산과 주식 열풍을 보면 우리도 ‘욕망의 시대’에 본격 진입한 것 같다. 더 잘살아보자는 의지가 곳곳에 가득하다. 하지만 한국인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상업을 부도덕한 일로 죄악시했던 사람들이다. 상인 기질의 대척점에 있는 반(反)기업과 배아픔의 정서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지금은 이런 쪽이 더 강세이지 않을까 싶다. 중국인들의 상인 기질이 앞으로 탄력을 받을수록 한국인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비 태세는 과연 잘 되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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