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둘러싼 ‘빅브라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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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둘러싼 ‘빅브라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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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5 00:02:48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한은)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7일 한은이 입장자료를 내고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되는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다”라며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도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금융위가 각종 검열과 통제의 상징인 중국정부보다 못하다는 공격까지 가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한은의 빅브라더 지적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금이체 정보도 한은이 관장하는 금융결제원으로 간다”며 “스스로 빅브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통신사를 빅브라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두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빅브라더가 맞다”고 재반박했다.

앞서 18일 이 총재와 은 위원장이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따로 만나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만남 이후 양 기관의 갈등만 더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국회 기재위의 한은법 개정안과 정무위의 전금법 개정안 내용이 서로 상충하면서 ‘입법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흐르고 있다.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 지급결제 제도 및 권한을 놓고 두 기관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핵심은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래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관리 책임과 권한은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에 있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는 금융위가 결제원을 외부청산 기관으로 두고 빅테크 업체의 거래를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위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가 활발해져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업체에 대한 외부청산을 매개로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관리 기관인 금융결제원에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금융결제원은 1986년 한은과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지급·결제 전문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이 총재가 사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한은에선 한은 총재가 수장을 맡은 기관을 금융위가 감독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개입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갈수록 커지는 빅테크 업체들의 자금세탁 관여 여부와 금융업무 제대로 하는지를 보려면 내부거래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지급결제 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현재도 민법상 사단법인의 주무관청으로써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감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앞으로 빅테크 영역이 커질텐데 지급·결제 업무를 한은이 독점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금융권에는 산적한 현안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따른 원금상환 및 만기유예, 뉴딜펀드, 실손보험료 인상 등 한 두 개가 아니다. 이런 와중에 두 기관간의 갈등은 외부에서 봤을 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정책 집행이 지지부진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특히 입법이 늦어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혁신 속도가 생명인 핀테크업계가 입을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두 기관의 힘겨루기를 팔짱만 낀 채 방관하지 말고 정책 조절 기능을 발휘해 빨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