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리는 SK…美교통부 “배터리 분쟁 다시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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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통부 부장관 지명자 “ITC 판정 검토하겠다”…청문회 공개 발언 ‘이례적’
LG·SK 배터리 분쟁,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악영향…바이든 결정에 귀추 주목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4 14:07:49

▲ 4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SK그룹**(왼쪽)**과 LG그룹. ⓒ스카이데일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에 패소 판정을 내린 가운데 양사가 합의금 규모를 놓고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 지명자가 LG·SK 간 배터리 분쟁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사의 배터리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3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인 폴리 트로튼버그는 미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ITC 판정이 바이든 정부의 녹색 교통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에서 LG의 승리로 끝난 미국 ITC의 최종 판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트로튼버그 지명자가 ITC 판정이 미국 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겠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 고위직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을 미뤄 볼 때 미 정부의 검토 결과에 따라 LG·SK 간 배터리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전기차 보급 확산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 등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수백만대의 새로운 전기차를 미국 도로에 투입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위기 극복 의지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와 SK 간 배터리 분쟁은 미국의 전기차 생산 확대 목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되는 이차전지 기술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이 수십조원 규모의 수주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분쟁에 대해 조사한 ITC는 지난해 2월 예비 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지난달 10일 최종 판결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한인 60일 내 양사가 합의를 하지 못하면 ITC 판결이 즉각 발효돼 SK이노베이션은 10년 간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일 ITC 판정으로 인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백악관이 개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앞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미국 ITC 최종 판결로 인해 SK이노베이션 공장 건설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해당 판결이 건설 중인 조지아공장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성되면 2025년까지 추가로 34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ITC 판정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확보하고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포드와 폭스바겐은 지난해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제재를 받을 땐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