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다 보이는 文의 ‘선택적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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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다 보이는 文의 ‘선택적 인권’

한대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9 00:02:00

최근 들어 국제정세가 어수선하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개입없이 중동 국가들과 연합해 이란에 대한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한편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국경갈등’으로 대치와 화해를 반복하고 있다. 미얀마 역시 부정선거를 들먹이며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또다시 연금했다.

미국과 유럽국가 수장들은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을 강력 규탄하며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반대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세계인권보호’라는 세계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인권변호사의 면모가 돋보였던 행동이었다.

세계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문 대통령의 모습이 반가웠지만 ‘선택적 인권’이란 감투는 여전히 아른거렸다. 지난해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홍콩 민주화운동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문 대통령의 ‘미얀마 군부쿠데타 규탄’은 세계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과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엔 항상 묵묵부답(默默不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이번 미얀마 군부 쿠테타에 대한 입장 역시 내정간섭으로 비춰져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외교전략적 측면에서 잘 타산하고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적 인권’이란 지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중국과 북한 문제만 나오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던 문 대통령이 유독 미얀마 문제에서는 인권변호사의 모습을 각인시킨 의도는 뭘까.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잊을 만하면 보여주는 문 대통령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로 국민의 시선도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필요할 땐 인권이 소중하고 필요치 않을 땐 줄어드는 인권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지도자의 모습이라면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런 부정적 시선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규탄한 문 대통령의 모습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앞으로도 인권 문제에 있어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을 문 대통령이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에 대한 문 대통령의 태도로 보아 만일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편을 들면 문 대통령의 입장 또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국은 오랜기간 미얀마 군부에 많은 공을 들였다.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모르겠지만 미얀마 정세가 격화되면 미국 등과 달리 중립적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나 청와대 비서진들이 내막을 알고 조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얀마 문제가 중국의 지지라도 받는다 해도 문 대통령이 여전히 인권변호사로서의 면모를 일관성 있게 유지할 지 주목되는 바이다.

한대의 du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