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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위가 호텔 예약 플랫폼의 최혜국대우 조항을 시정했다. 최혜국대우 조항은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플랫폼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특정 호텔이 플랫폼 A사를 통해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면 같은 객실을 호텔 자체 웹사이트나 다른 플랫폼 B사, C사 등에서 10만원 미만으로 판매해선 안된다. 취소 조건이나 룸컨디션 등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호텔 예약 앱을 통해 호텔 가격을 알아볼 때 최저가가 모두 동일했던 건 이런 최혜국대우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호텔은 여러 플랫폼 기업과 맺은 최혜국대우 조항 탓에 모든 플랫폼 기업들과 동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숙박상품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가격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최혜국대우 조항 시정으로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소비자 선택이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호텔업계를 시작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덩달아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플랫폼 입점업체를 중심으로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내놓고 있다. 갈수록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입점업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시장 지위를 남용해 입점업체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거나 소비자피해 보상을 떠맡기는 등의 불공정거래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규제 필요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건전한 플랫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과도한 규제가 또 다시 플랫폼 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플랫폼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불공정거래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규모 자체를 규제하거나 사전규제를 강화하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업종별, 산업별 특성이 다른데도 플랫폼 기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획일적인 규제 잣대를 들이밀면 플랫폼 산업 발전은 요원하다.
오히려 플랫폼 규제가 강화될수록 소비자 편익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 플랫폼의 법적 책임 확대에는 필연적으로 거래비용의 상승이 수반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결국 플랫폼 업체가 떠안게 될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높다. 독점적 성격이 강한 플랫폼 기업일수록 이러한 성향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플랫폼 기업마다 영위하는 분야나 성격이 다른데 이를 간과한 채 똑같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제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은 외면한 채 전통적인 표준계약서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촘촘하게 표준계약서를 제정한다고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인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순 없다. 오히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식으로 꼼수를 부릴 우려가 크다. 사전규제는 최소한으로 제한하되 사후규제로 불공정거래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혁신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규제에 앞서 업종별, 분야별 플랫폼 시장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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