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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지난해부터 사업부진으로 인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두산그룹은 올해만 두산건설에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향후 두산건설의 상황에 대해서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두산그룹의 맹목적인 지원에 대한 배경에 물음표를 그리고 있다. 그 중 창업주의 적통 계승자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으로의 후계 구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논현동에 위치한 두산건설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국경제의 주춧돌 같은 업종인 건설업계가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미 중·소 건설업체들은 문을 닫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굴지의 건설 대기업들도 경영난과 자금난의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대기업 중에 최근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10대 그룹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지난해부터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만 수차례에 걸쳐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계와 증권가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 차례 형제의 난을 겪으며 창업주의 5남인 박용만 회장이 그룹전체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두산건설은 후계 3세대 장남 박용곤 회장의 큰 아들인 박정원 회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지주사인 두산과 주력계열사인 두산건설 회장직에 있는 그는 후계 4세대 창업주 적통 계승자의 위치에 있다.
1조원 달하는 당기순손실, 그룹 차원 자금 수혈 나서
▲ 두산건설은 2011년과 지난해 약 95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두산건설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1년과 지난해 각각 연결기준으로 3087억원, 449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당기순손실도 각각 2942억원, 6540억원에 달했다.
총 자산 규모도 2011년 5조882억원에서 지난해 4조657억원으로 약 1조225억원 감소했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2011년 5044억원에서 지난해 1358억원으로 약 3686억원이나 뚝 떨어졌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자금 상황이 악화되자 올해 2월 두산건설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약 두 달에 걸쳐 그 금액을 소폭 하향·조정했고 4월 최종적으로 3900억원(1억7346만7019주, 주당가 2340원)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앞서 두산건설은 3월 정기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수권 주식수)를 4억주에서 9억주로 변경하는 한편 확정발행가가 액면을 미달할 수 있어 액면미달발행에 관해서도 주총 특별결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로 총 발행예정주식의 20%(3333만3333주)는 ‘근로복지기본법 제38조 제1항’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 7’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됐고, 나머지 80%(1억3333만3334주)는 구주주에 지분 비율(1주당 0.7686380주)에 맞춰 배정됐다.
당시(3월 말 기준) 두산건설의 지배구조는 두산중공업이 지분의 84.29%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그 외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은 3.13%로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의 합이 87.42%에 달했다.
같은 시기 두산중공업의 최대 주주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두산으로 지분의 41.23%를 갖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지원은 결국 이 같은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그룹차원의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두산중공업 및 특수관계인들이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입한 유상증자 주식은 총 1억1656만주였고, 그 금액은 약 27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매입한 주식 또한 두산그룹 차원의 지원임을 감안하면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투입된 자금은 총 3508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같은 시기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알짜 사업부문으로 꼽혔던 배열회수보일러(HRSG) 부문을 따로 떼내어 두산건설에 넘겼다.
이에 두산건설은 571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물납부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유상증자한 주식의 수는 총 2억1170만8624주였고, 신주의 발행가액은 2700원이었다.
당시 두산건설이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HRSG 사업부문 감정가액은 자산총액 8738억원, 매출액 3096억원, 부채총액 3022억원 등이었다. 이를 두산건설 대비 비중으로 보면 각각 18.1%, 11.8%, 8.4%를 각각 차지했다.
두산건설은 영업양수와 관련해 “기존 사업의 역량 강화 및 신규 기자재 및 플랜트 사업 진출 등 시너지 창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금수혈 후 자금난 지속, 또 한번 그룹 지원 진행
▲ 두산건설은 그룹의 잇단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생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대규모 지원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는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에 비해 약 178억원 감소한 약 118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계속된 실적악화로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30.7%에서 9월 말 현재 46%에 달했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기업의 주식은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두산그룹은 올해 초 “그룹차원의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공언을 했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다시 한번 두산건설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두산건설은 발행주식수를 줄이고 배당 가능한 자본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감자 기준일은 내년 1월 13일이고, 감자 후 두산건설의 발행주식수는 현재의 10분의 1 수준인 5518만5231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자본금도 2조7693억원에서 2859억원 가량으로 뚝 떨어진다.
두산건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우선 지난 9월 말 기준 약 9400억원이 넘는 주식할인발행차금을 상계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약 7000억원 가량을 배당가능이익으로 변경해 자본구조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9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와 함께 이달 6일 4000억원 규모의 제3자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 한 차례 정정을 실시해 지난 13일 공시 기준으로 총 금액규모는 거의 같은 금액이고 발행가와 주식 수만 기존 1만5000원, 2666만6666주에서 1만7600원, 2272만7272주로 각각 수정됐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주식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지만 2년 내 상환하거나 5년 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두산건설의 지배구조는 지난 3월 말과 지배구조 변동이 없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룹 차원에서 지원되는 자금은 약 3500억 가량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그룹 차원 두산건설 지원, 두산 후계와 연관”
▲ 두산건설에 대한 그룹차원의 지원이 이어지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는 두산그룹의 적통 계승자인 박정원 회장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드러난 금액만 약 7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두산건설에 지원되자 재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적인 의견마저 내놓으며 두산건설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K투자증권 소속 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앞으로 감자와 증자가 이뤄지면 일정 부문의 유동성은 확보되고 재무구조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문제는 앞으로 두산건설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다.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재무상태의 일시적 개선일 뿐 해소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투자자들 또한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향후 영업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처럼 재계와 증권가가 두산건설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 조차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어 그룹의 지원 배경에 ‘맹목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 ⓒ스카이데일리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소식통은 “현재 재계에서는 두산건설의 생사는 두산 그룹 후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가장 높은 신빙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건설은 현재 창업주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박 회장의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창업주의 적통 계승자 일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의 4세대 후계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또한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두산의 지분을 6.4% 보유해 개인주주로는 최대주주자리에 올라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보다 작은 4.17%다. 이는 향후 두산그룹이 적통 계승자인 박정원 회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설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팩트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과거 형제의 죽음 까지 야기했던 ‘두산그룹 형제의 난’ 이후 창업주의 5남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해 재계에서는 “더 이상 두산그룹의 경영권 싸움은 없을 것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향후 두산그룹의 후계는 박용곤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BG 사장이 이어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두산의 한 전직 임원은 “두산그룹의 4세 경영 승계에 있어 박정원 회장과 박진원 회장 둘 중 누가 경영권을 이어 받을지 일각에서 의견이 있지만 가문의 경영승계 과정을 감안했을 때 장자 적통의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2011년과 2012년 연결기준>
이어 그는 “하지만 문제는 박정원 회장의 경영 능력이다”며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부각되는 가운데 두산건설이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박정원 회장에 대한 입지가 더욱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주)두산의 지분을 창업주의 후손들이 거의 대등하게 나눠서 보유한 배경으로 비춰볼 때 두산건설에 대한 그룹의 지원은 박정원 회장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회장이 두산건설의 회장에 오르기 전인 2008년 두산건설의 매출액은 약 1조9399억원, 영업이익 약 1139억원, 당기순이익 약 413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후 △2009년 매출액 약 2조3102억원, 영업이익 약 1154억원, 당기순이익 약 508억원 △2010년 매출액 약 2조3175억원, 영업이익 약 779억원, 당기순이익 약 59억원 등이었다.
두산건설 취임 후 한 차례 나아진 실적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이익이 하향곡선을 그렸고, 더욱이 2011년부터는 적자 전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동시에 그룹차원의 지원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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