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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화두는 단연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747 공약’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을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권 선진대국’으로 만들겠다며 이러한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에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 경제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한 공약이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747 공약’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공약을 내놓은 장본인인 이 후보마저 “7위는 문자 그대로 경쟁을 하기 위한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면서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사에서 가장 최근에 경제성장률이 7%가 넘었던 적은 한일월드컵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이었다. 그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4% 후반에서 5%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따름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GNI)도 2007년에 2만45달러로 2만달러를 간신히 넘은 상태였다. 7% 경제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이명박정부 임기 동안에는 4만달러 달성은 불가능했다. 11년이 지난 2018년에도 3만3564달러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후 코로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오히려 3만1755달러로 떨어졌다.
세계 7위권 선진대국 공약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명박정부 시절 14위를 차지했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2013년 13위, 2014년 12위, 2015년부터 2017년에는 11위를 차지했다. 2018년 8위로 껑충 뛰어 올랐지만, 이는 우리보다 앞섰던 인도와 브라질의 GDP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데 따른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한국 경제는 직격타를 맞고 코스피 지수는 900선까지 급락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사실상 ‘747 공약’을 폐기했다.
‘747 공약’이 나온지 15년이 지나 이번엔 진보성향 대선 후보가 숫자를 목표로 하는 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종합 국력 세계 5위와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가 지난해 12월 즉석연설을 통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힌 것을 포함하면, 사실상 ‘555 공약’을 내건 셈이다.
숫자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747 공약’이 연상된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정책 목표를 제시할 때 가시적 숫자를 말하는 게 인지하기 쉬워 숫자를 말한다”면서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747’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소리였다. 거기에 비교는 안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국력은 6,7위 평가를 받고 있는데 종합적으로 5위 안에 가보자는 단기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경제와 관련돼 지금까지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의 ‘기본시리즈’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그가 내놓은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임기 안에 청년 700만명에게는 연 200만원, 그 밖에 전 국민에게는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약 50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기존에 작동하고 있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데 선별적으로 쓰여야 할 비용이 무차별 살포되는 셈이다.
여기에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최대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청했다. 전국민에 대한 지원금 지급 효과가 가장 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경편성에 나서더라도 소상공인 지원에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2020년 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 대유행의 공포에 짓눌려 소비가 아예 얼어붙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한국은행이 올해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시장금리가 추경과 맞물리면서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성 공약’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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