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發 경제위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금융일반

美, 러시아 석유 수출 제재 검토에 유가 1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08 19:35:31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이 러시아 석유 수출 제재를 검토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러 제재 입장을 밝히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대(對)러 경제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악재들로 인해 전 세계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퍼지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한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럴당 300달러 가나… 투자은행 “200달러 가능”전망도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영국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전일보다 1배럴(약 159리터)당 5.1달러 상승한 123.2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상승하며, 2008년 7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72달러 상승한 119.4달러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유는 16.35달러 상승한 125.1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같은 유가 급등세는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과 조만간 에너지 제재 카드가 단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 의회도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하는 등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유럽과의 공조가 어려울 경우 미국 단독으로 조치 이행이 가능하며 동시에 세계 석유 공급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검토에 대해 러시아 노박 부총리는 자국의 석유 수입 중단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300달러 이상 상승해 세계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금지될 경우 러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하루에 세계 공급량의 약 7%에 해당하는 석유와 정유제품 7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격타 맞은 국내 증시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고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8일 코스피는 1.09% 하락하며 2622.40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급락으로 지수는 120p 넘게 빠졌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를 돌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6.5원 오른 1237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2020년 5월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러시아 석유 수출 제재 검토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기름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리터 당 1845.61원으로 전날보다 17.27원 상승했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최고치다. 특히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2.42원 오르며 1리터당 1921.68원을 기록해 1900원 대를 이미 돌파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강도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로 인한 우리 경제의 생산성 하락은 물론 시장 실물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가능성과 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점철되면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까지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되지 않는 이상 과거 오일쇼크 재현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있겠으나 현실화 가능성은 확률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했다.

여기에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우크라이나 등도 함께 들어갔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에는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