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
식물세밀화(Botanical Art & Illustration)는 고대 본초학(本草學)에 그 뿌리를 둔다. 과거 본초학에서는 식물을 약재로 이용했는데, 약재로 쓰일 식물의 구분이 필요했다. 식물명과 효능 등을 기록하며 그려 넣은 종(種)과 형태가 식물세밀화의 원형이 된 것이다. 이후 16세기 르네상스 후반, 자연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근대적 의미의 식물학이 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식물세밀화가 시작됐다. 18세기 들어 유럽 궁정문화의 발달에 따른 정원·식물원 설립 유행, 탐험과 식민지 개척 목적의 신대륙 진출 등으로 인해 식물화는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신대륙 진출로 인한 타국의 새로운 식물 유입은 이국식물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당시 식물에 대한 재배와 수집, 기록 등이 유행했으며 예술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식물화는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식물세밀화’는 이 같은 역사를 지닌 서구의 ‘식물화’(Botanical Art)에서 기원했다. 엄밀히 말하면 식물화와 식물세밀화가 같은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유독 ‘식물세밀화’라는 명칭으로 구분돼 쓰인다. 식물의 실측과 똑같은 크기의 그림,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 사진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묘사하는 그림, 과학과 예술이 함께 그려낸 그림 등 식물세밀화에는 작가 한 사람 1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식물세밀화 한 점을 그리기 위해서는 뿌리에서부터 잎사귀까지 세밀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일년생 초본의 경우엔 계절별로 관찰해야 식물의 진면목을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물세밀화는 이제 막 태동기에 들어섰다. 한국식물세밀화협회는 이제 막 걸음마을 뗀 우리나라 식물세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모임이다. 또 사라져가는 식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반 식물 전반을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그림으로 기록·보존·전파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식물세밀화협회를 취재했다. 
|
▲ 지난 2005년 설립된 한국식물세밀화협회는 사라져가는 식물 및 우리나라의 일반 식물 대부분을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그림으로 기록·보존·전파하는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식물세밀화협회>
지난 2005년 설립된 한국식물세밀화협회는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일반인과 식물학을 연구하며 식물세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서양에서는 대중적 미술 장르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식물세밀화를 알리기 위해 나선 이들은 단순히 식물을 사랑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다. 협회는 사라져가는 식물 및 우리나라의 일반 식물 대부분을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그림으로 기록·보존·전파하는 더욱 큰 목적을 갖고 있다.
협회는 지난 2000년 뉴욕에서의 식물세밀화 첫 전시를 시작으로 용인 한택식물원,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가이아 등에서 정기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 ‘청계천의 풀꽃, 예술로 피어나다’ 등 비정기적 전시와 함께 해외전시도 개최하며 작품 및 전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국 식물세밀화를 알리는데 앞장서
▲ 지난 2012년 구 화백을 비롯한 협회 소속 작가들은 6년 동안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 작품을 담은 ‘세밀화로 보는 우리 숲에 심는 나무’ 라는 타이틀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사진=한국식물세밀화협회>
한국세밀화협회는 국내 유일,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식물세밀화가인 구지연 화백이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구 화백은 세계식물학회가 주관하는 ‘Art In Science’ 국제전에서 최고상,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메달을 수상한 이력을 지녔다. 또 그녀는 세밀화 분야 국제전이나 국제회의에 초대받아 한국의 식물세밀화를 알리는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세밀화협회에 소속된 11명의 식물세밀화 작가를 직접 훈련시켰다.
지난 2012년에는 구 화백을 비롯한 협회 소속 작가들은 6년 동안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 작품을 담은 ‘세밀화로 보는 우리 숲에 심는 나무’ 라는 제목의 책을 내놨는데, 이 책은 국립수목원에 의해 발행됐다.
책에는 산림청에서 선정한 78종의 나무를 작가들이 직접 그린 작품이 실려 있다. 작품은 나무 한 종마다 계절에 따른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한 작가의 노력이 깃들어져 있다. 실제 식물의 모습과 대조해 살핀 식물 연구자들의 감수 과정은 작품의 정확도를 더욱 살렸다는 평가다.
협회소속 작가들이 그린 식물세밀화는 환경 변화에 따른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을 알리는 교육적 목적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동양화 특징을 갖는 식물세밀화
▲ 국내 유일,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식물세밀화가인 한국세밀화협회 회장 구지연 화백. ⓒ스카이데일리
구지연 화백의 설명에 따르면 식물세밀화는 비록 서양 태생이긴 하지만 오히려 동양적 특징을 많이 가졌다.
식물세밀화에서 드러나는 동양적 특징은 또 하나의 표현 영역인 여백(Negative Space)이 있다는 점, 물로 그리는 부분이 많은 물성적인 측면, 선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최근에는 상징적·부분적으로 식물을 표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화면 구성 등이 시도되지만 여전히 동양적 성격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양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식물세밀화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이며, 전문적인 작가들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구 화백은 “우리나라에 아마추어 식물세밀화 작가들은 많지만 전문적인 작가들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전문작가들이 다수 배출돼야 우리나라 식물세밀화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붓 터치마다 작가의 영혼 깃든 식물세밀화
▲ 한국식물세밀화협회는 “미술과 식물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식물세밀화 전시를 감상할 때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식물세밀화협회>
식물협회 소속 작가들은 대부분 “식물세밀화는 단순히 식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을 작가의 영혼을 담아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화백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작품 한 점이 완성하기 위해 식물의 뿌리에서부터 잎사귀까지 세밀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일년생 초본의 경우엔 계절별로 다 보아야 진면목을 묘사할 수 있기 때문에 꼬박 1년이 걸린다.
간혹 무리해서 1년에 7~8개 정도 작품을 그릴 수는 있지만, 작가의 정성과 식물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내기에는 1년에 2점 정도가 적당한 편이다.
협회 소속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까지 좀 더 아름다운 각도와 화면 구성을 고민하고, 실제와 가까운 식물의 색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우리의 시간과 노력과 애정만큼 그림은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이들은 “미술과 식물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식물세밀화 전시를 감상할 때면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