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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구름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전설의 영화감독 신상옥이 1964년 만든 영화 ‘빨간 마후라’ 주제곡이다. 신영균·최무룡·최은희·김희갑 등 당대의 거물 배우를 총동원해 흥행 대박을 이룬 작품이다.
‘마후라’는 영어 ‘머플러(muffler)’의 일본식 발음이라 안 쓰는 게 좋다. 우리말로 그냥 ‘목도리’라 하면 된다. 조종사들이 목도리를 두른 건 처음엔 순전히 실용적 이유 때문이었다. 조종헬멧과 고글이 보급되기 전 조종사들은 맨 얼굴로 찬바람과 눈비는 물론 코와 입으로 날아드는 벌레, 심지어 엔진에서 튀어나오는 피마자기름까지 뒤집어 써야 할 때가 많았다. 마스크 기능까지 겸하는 목도리는 이를 피하기에 제격이었다.
‘빨간 머플러’는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조종사의 상징이다. 조종사들이 단체로 빨간 머플러를 공식 착용한 것은 휴전 직후인 1953년 8월15일 광복절 행사 때였다. 행사 축하 비행에 나선 공군 제10전투단 조종사들이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나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빨간 머플러의 원조 사용자는 따로 있다. 바로 김영환 장군(준장 예편)이다. 백범 김구의 아들 김신 장군, 장성환 장군과 함께 6·25 전쟁 당시 공군 영웅 삼총사로 불리는 김영환은 잔류 인민군 소탕을 위한 미군의 지리산 해인사 폭격 명령을 거부해 팔만대장경을 지킨 바로 그 사람이다.
1951년 강릉기지 비행단장(대령)으로 부임한 김 장군이 형수가 치마를 만들려던 빨간 천을 얻어다 자신의 목에 두른 뒤 부하 조종사들 목에 걸어준 게 효시였다. 전투기 추락 후 실종한 동료 조종사를 찾으려면 눈에 띄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멋이 아닌 생명 스카프였다.
“지금 너희들에게 나눠준 것은 우리 조종사의 자랑이요 불같은 애국심과 피처럼 붉고 맑은 양심을 상징한다. 이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때 주의할 점을 몇 가지 말해두겠다. 항상 비겁하지 말 것! 이것은 전투할 때나 연애할 때나 마찬가지다. 전투조종사가 되었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의미에서 유서를 다시 한 장씩 제출하라.” 영화에서 전대장이 신참 조종사들에게 빨간 머플러를 나눠주며 한 말이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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