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 유공자 종교인 67명 중 57명 가짜… 목사 33명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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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추정 종교계 인사 57명… 목사가 33명으로 최다
다른 민주화운동 이력으로 5·18 유공자에 등재되기도
“종교인들의 편법 동원한 가짜 유공자 등록에 분노”

특별취재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03 00:00:56

▲ 지난해 11월9일 5·18 유공자 50여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18 가짜 유공자 척결하고 국가유공자 예우하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등록된 4346명 중 상당수가 5·18과는 무관하다는 본지 단독보도[2023.5.18일자 1면, 가짜 판치는 5·18 유공자… ‘진실’을 묻다]와 관련, 종교계 인사 중에도 ‘가짜’로 추정되는 유공자가 85%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카이데일리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1·2차 명단을 단독 입수해 그동안 언론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정치계·교육계 등 분야별 가짜 유공자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일부 공개해왔다.

5·18 유공자 1·2차 명단을 분석한 결과 확인된 유공자 중 종교계 인사는 총 67명이 등재돼 있다. 이들 종교계 인사 중 10명은 실제 공적이나 피해 내역이 일부 확인됐다.

이 중에는 5·18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 군사법원에 회부됐거나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도 있다.

화엄사 스님이던 이○영 씨는 1980년 5월21일 나주에 있는 다보사로 수행을 가 있던 중 광주공원 쪽에서 날아온 헬기에서 총을 난사해 중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유공자로 등록됐다.

김○중 씨는 5·18 당시 광주지역 대학교수로 재직 시 광주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가 강제 해직돼 목사로 활동하다 1988년 대학에 복직 후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김○용 가톨릭 신부는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군사법원에 회부됐던 피해 내역이 확인돼 유공자가 됐다. 임○윤 목사는 5·18 당시 광주민주화운동과 전두환에 대해 언급했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끌려가 5일 만에 사망한 이력이 확인돼 유공자로 등재됐다.

문○열 목사는 1980년 5월19일 퇴근 후 화순에 있는 자택으로 가능 도중 공수부대에게 구타를 당해 부상을 입었다는 사유로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들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종교계 인사 57명은 5·18과 연관된 공적이나 피해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로 추정되는 종교계 인사들을 직업별로 보면 교회 목사(33명)와 장로(2명)·기독교 단체 간부(1명) 등 기독교 관계자가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당 신부(10명)와 수녀(1명), 천주교 단체 간부(2명) 등 천주교 인사도 1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불교계에선 스님이 4명, 원불교 관계자가 3명, 종교연구소 관계자가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신교 목사인 서○동 씨는 과거 서울지역 대학교수로 재직 중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1975년에 퇴직했음에도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동 목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4년 전인 1976년 2월 유신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구국선언을 등사해 전달하려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5‧18 유공자가 됐다.

정의구현사제단 김○식 가톨릭 신부는 2007년 1월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지역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준비위원장을 맡았단 이유로 5‧18 유공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수 목사는 1977년 4월7일 한국신학대 재학 중에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철폐 선언문을 배포하다 다음 해인 1978년 2월 긴급조치 위반으로 징역 3년6월형을 선고받아 유공자 명단에 등재됐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화명예’란 이름으로 5·18 유공자 명단에 포함됐다. ‘민주화명예’는 5·18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지만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5·18 유공자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가짜로 추정되는 종교계 인사 중 총 11명이 민주화명예를 통해 5·18 유공자가 됐다.

이처럼 5·18과는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다른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5·18 유공자로 등재되는가 하면 아예 공적이나 피해 사실 자체가 전혀 없는 종교계 인사들도 많았다.

5·18 단체 관계자들은 ‘민주화명예’를 통해 등재한 인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사는 ‘인우보증’ 방식을 통해 유공자로 편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공자 명단에는 올라 있지만 5·18 당시 자신들이 했던 공적이나 피해 내역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우보증은 기존 5·18 유공자가 보증만 해주면 누구나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공자가 될 수 있는 제도로 가짜 5·18 유공자를 양산해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목사나 스님·가톨릭 사제 등 성직자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옳은 일을 보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장 정직해야 할 이들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게 5·18 유공자 행세를 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5·18 당시 전남도청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5·18기동타격대 상임고문도 “5·18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5·18 유공자로 등재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이처럼 편법을 써서 가짜 5·18 유공자가 된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특별취재팀 기자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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