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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조명 시설이 2014년 이래 처음 빛을 발하게 됐다. 경기도 김포시 소속인 이곳은 임진강 건너 북한 개풍군과의 거리가 1.4km인 최전선이다. 남북관계 흐름을 타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조명이 24일 밤부터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로 올라가는 탐방로를 장식하고 있다.
점등행사는 10월~내년 2월 매월 한 차례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 해넘이 야간기행’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한 병사가 평화를 기원하며 애기봉 소나무에 등불을 단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964년 해병대가 높이 18m 트리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71년 개신교계에서 연말마다 30m 높이 철탑에 성탄 트리를 꾸미고 불을 밝혔다.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600ｍ가량 떨어진 곳이라 북한 주민들 육안에 담기게 돼 있다. 북한 정권이 ‘괴뢰들의 반(反)공화국 심리전’이라며 강력 반발해온 배경이다.
애기봉 점등식은 2004년 6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멈추고 선전 수단까지 제거할 것을 결정한 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다시 시작됐다.
특히 2014년 12월21일 북한군 사령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박근혜 패당의 동족대결 야망 산물인 ‘애기봉 점등식’은 우리 군인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우롱이며 직접적인 선전포고” “종교행사 미명하에 우리를 자극하려는 심리전”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끝끝내 강행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우리 국방부가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철탑을 철거하자 이번엔 ‘남남 갈등’으로 이어졌다. 성탄 트리 복구를 추진하는 측과 이른바 진보성향 내지 친북 단체들과의 대립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애기봉 점등행사가 복원된 것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남북관계에 따라 개최와 취소를 반복한 애기봉 트리 점등 행사를 군 당국과 협의해 어렵게 열었다”며 “한반도에서 유일무이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분단역사를 품은 상징적 장소”라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찾도록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애기봉 일대 4만9500㎡에 조성된 평화생태공원은 지하 1층∼지상 3층 전망대 및 전시관 등을 갖췄다. 야간 연장개장 운영은 내년 1월 말과 2월 말 2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24일 점등식에서 가수 진시몬과 나비, 기관사 안드레스 알비올 등이 새 홍보대사로 위촉됐으며 국악·마술·트로트·팝페라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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