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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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권업계에 ‘먹구름’이 가득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시장 부진 여파로 수익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손실 부담이 크고 투자은행(IB) 부문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기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주식거래대금·신용융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위기와 기회 속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PF 신용공여 여전히 18조 원 수준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의 2023년 순이익 규모는 총 3조17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2조6647억 원)과 비교해 13.2% 늘어난 수치다. 올해 전망도 밝다. 이들 6개사의 올해 순이익은 3조6351억 원으로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위험 요인을 과소평가한 ‘착시효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증권업계에 닥친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부동산경기 회복 지연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손실인식이 커질 수 있는 것이 악재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국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48조 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62.1% 수준이다.
특히 채무보증이 크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4일 기준 증권사의 PF 신용공여(매입확약·보증)는 17조6242억 원으로 ‘PF 대주단’ 협약을 개시한 작년 4월 말(20조5780억 원) 대비 3조 원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신용공여는 금융거래 시 타인에게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제도다. 이 중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현재 매입확약 물량은 15조5588억 원이다.
빌려준 돈도 제때 못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3.85%로 전 금융권 중 가장 높다. 은행(연체율 0%)·보험(1.11%)·저축은행(5.56%)·여신전문(4.44%)·상호금융(4.18%) 등 타 업권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상반된다.
더 문제는 앞으로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물량이 상당하다. 한국기업평가가 추정한 ‘증권사 PF익스포저 만기 현황 상세’ 자료를 보면 올해 PF 익스포저 만기 물량은 6조2953억 원이다. 이 중 브릿지론은 1조7231억 원·본PF는 4조5722억 원으로 추정된다. 브릿지론과 본PF 만기의 대부분(합계 3조5000억 원)이 중·후순위라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PF 대주단 협약 등 연착륙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지만 규모와 내용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다수 브릿지론의 경우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만기연장이 이뤄져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의 우려가 존재하고 본PF의 경우 미분양 우려 등으로 절대 규모가 줄지 않고 있다. 부동산펀드 자산의 경우엔 평가손익과 만기 시 최종 손실 규모 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부문이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점도 악재다. IB부문은 크게 △인수·주선 수수료 △채무보증 수수료 △대출채권 손익 등으로 구성되는데 기업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증권사 25곳의 작년 3분기 IB부문 손익은 2조3077억 원으로 합계 영업이익(7조3146억 원)의 32%에 불과했다. 2022년 3분기 IB부문 손익이 3조7279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영업이익(5조1233억 원)의 73%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윤 연구원은 “투자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해 DCM(채권발행시장) 부문 회복에 제약요인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부터 증권사의 신규 부동산금융 영업이 극히 적었던 점과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높은 이자비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금융 관련 수수료수익도 위축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기회 속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전망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기회도 있다. 금리 인하 기대·증시 활성화 정책 등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돼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피지수의 올해 전망치는 최대 2800 수준이다.
회복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이번 달(2~26일)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3657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16조5686억 원) 평균치를 크게 넘어섰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작년 8월(22조9503억 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증시 대기자금도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5일 기준 50조5030억 원으로 연초부터 50조 원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2일에는 59조4949억 원까지 쌓이면서 1년 7개월 만에 60조 원 수준에 근접했다. 증권사의 단기대출도 호황이다.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16일 18조3814억 원을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18조 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금리 인하로 채권평가액이 늘어날 수 있는 점도 호재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치는 올라간다. 주요 증권사 6곳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연결)’은 작년 3분기 기준 총 182조4928억 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인 2021년 2분기(186조4723억 원)와 비교해 약 4조 원 줄어든 수치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26일 기준 3.263%로 작년 9월 말(3.884%) 대비 0.8%p 낮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3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국채 등 채권 금리는 더 내려가고 그만큼 채권 가치도 늘어나 증권사의 채권운용 부문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회복 기대로 개인 참여가 늘면서 위탁매매 수익은 증가할 전망”이라며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위축·PF 채무보증 부실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의 수익사업 다변화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해외 직접투자 수요 증가·국내 토큰증권 상장·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시 신규 수요 증가는 기회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와 기회 속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형사(자기자본 1조~3조 원 미만)의 자기자본 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은 43.2%로 대형사(자기자본 3조 원 이상·29.2%)보다 15%p 가까이 높다. 자기자본 1조 원 미만인 소형사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이 자기자본의 34.0%로 높은 편이다.
충당금으로 채워야 할 부실 자산이 많은 점도 중소형사의 위기 대응력을 떨어트린다. 소형사 7곳의 순요주의이하자산(요주의이하자산-대손충당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020억 원에 달했다. 자기자본(5조3103억 원) 대비 13.2% 수준이다.
중형사 9곳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중도 9.8%(1조3433억13조5762억 원)로 높았다. 대형사 9곳의 순요주의이하자산이 1조9832억 원으로 자기자본(105조9086억 원)의 1.9%에 불과한 것과 상반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PF 시장이 선별적인 만기연장 기조로 전환되면 사업성이 열위한 브릿지론 위주로 재구조화가 진행돼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연간 이익규모·충당금 설정액·자본적정성 등을 감안하면 업계 대응력은 존재하지만 브릿지론 등 만기도래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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