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통신 3사 14년째 탈통신 못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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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9 18:12:27

통신업계가 일찍이 그들 사업의 근간인 통신사업 시장이 포화상태임을 알아채고 통신사업에 의존하지 않는 이른바 ‘탈(脫)통신’ 기조를 주장해 온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동통신 3사로 불리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 십수 년간 ‘탈통신’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며 많은 시도를 해 왔다. 그런 탈통신의 여정에서 통신 3사가 찾은 현재·미래의 먹거리는 인공지능(AI)이다.

SKT는 지난해 9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AI 투자를 세 배 이상 늘려 세계적인 AI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KT는 지난해 10월에 자체 초거대 AI ‘믿음’을 발표하는 등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유플러스 3.0’이란 이름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러나 ‘탈통신’ 기조가 시작된 2010년경으로부터 14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통신 3사는 여전히 매출의 많은 부분을 통신업에 기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공시에 올라온 SKT·KT·LG유플러스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매출에서 통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9%, 많게는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매출액 13조812억 원 중 유·무선 통신사업 매출이 총 12조6640억 원으로 97%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KT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 23조3635억 원 중 절반이 넘는 13조7793억 원(59%)이 유·무선 통신사업이 포함된 ICT 사업에서 발생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4조3726억 원의 매출 가운데 73%(10조4923억 원)가 LG유플러스의 통신 및 기타매출 부분에서 발생했는데 알뜰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엘지헬로비전 부문의 통신 및 기타매출(9619억 원·6.7%)까지 합치면 LG유플러스 전체 매출에서 통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가깝다.·

이들이 탈통신을 외치며 달려 온 지난 십수 년이 다소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출에서 통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세간에선 그들의 지난 십수 년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도약은 곧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색과 그에 따른 과감한 투자의 결과이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대표되는 삼성그룹 역시 그 모태는 밀가루나 청과 등의 작물을 파는 삼성상회였고 이후 전자산업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중소 제조업체 취급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은 당시로서는 불확실성마저 큰 신사업이었던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했고 그 투자가 ‘중소 제조업체’에서 오늘날 반도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는 단초가 됐다.

통신 3사가 내다보는 AI 기업에 대한 비전이 삼성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아직은 지향하던 탈통신을 이뤄 내진 못했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는 도태가 정해진 수순이다. 지난 14년처럼 탈통신을 위한 움직임을 부단히 이어 나가길 바란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