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삶 피폐케 하는 포퓰리즘·졸속 공약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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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 등록 마감, 공식 선거운동은 28일부터
재원 대책 없이 철도·지하철 지하화 등 공약 남발
정당과 후보들 자제… 유권자의 냉정한 선택 기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5 00:02:01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입법 기능과 정부 예·결산 심의, 국정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중대한 역할을 한다. 300명 국회의원을 새롭게 선출하는 4.10 제22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됐다. 지역구 출마자가 699명, 비례대표 후보가 253명으로 경쟁률은 지역구가 2.8대 1, 비례대표가 5.5대 1이다. 공식 선거운동은 28일부터 시작된다.

경제 불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함, 그리고 여야 간 협치 실종의 현실에서 국내 정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여는 활로가 되기에 이번 총선의 의미는 자못 무겁고도 크다. 국가 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난국 타개를 위한 정책 공약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 할 것 없이 돈 풀기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여기에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이 속출하면서 졸속·날림 공약이 쏟아져 선거판이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각 정당 간에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 경쟁이 치열하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마련과 이행 계획은 밝히지 않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명목은 해당 지역 및 국가경제 살리기이지만 사실상 ‘매표성 현금 살포’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는 자신의 선거공약집에 공약 이행 절차와 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게 돼 있지만, 국회의원 후보자 및 정당 차원의 공약서는 여기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마구잡이 공약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여야가 앞다퉈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며 해당 지역민들에게 기대감을 한껏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하듯 발표한 철도 지하화 공약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영등포역~용산역·경기도 수원역~성균관대역·대전역 인근 철도의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뒤질세라 민주당은 서울 지하철 2·3·4·7·8호선을 포함해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양당 주장대로 하면 ‘전 철도의 지하화’가 이뤄질 기세다. 철도·도로 지하화에는 65조2000억 원, 도심 철도 전면 지하화에 대략 80조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원 염출 대안은 없다. 민주당은 철도 지하화를 위해 총 80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면 된다는 답변만 했다.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내놓은 총선 공약에 들어갈 예산 및 사업비만 총 12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양당이 공히 내걸고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최대 15조 원, 저출생 대책에 매년 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데 여야 모두 민자 유치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업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총선 당시 공약이행률은 52%에 불과하다. 특히 예산이 드는 재정 공약의 4분의 1 이상은 4년 동안 예산 한 푼 확보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 크다.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개발 계획은 필요하지만 이런 계획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는 선심성 공약에 그치거나 졸속 추진될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 부담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액이 정부 예상치인 400조5000억 원에서 341조4000억 원으로 59조1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표가 중요하더라도 포퓰리즘과 흑색선전 등은 국민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정당과 후보의 자제, 유권자의 냉정한 선택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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