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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경복궁 낙서 테러 피의자로 지목된 20대 남성이 “미스치프의 영향을 받았다”고 낙서 이유를 밝힌 일을 기억하는가.
미스치프(MSCHF)는 2017년 론칭한 미국 뉴욕 브루클린 기반의 창작 집단으로 고가의 패션 브랜드와 미술품을 중심으로 재편된 불합리한 사회 제도와 풍속을 풍자한다.
가장 만화적인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미스치프는 만화에 등장할 법한 외관의 ‘빅 레드 부츠’를 비롯해 앞뒤 모두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 ‘BWD’를 출시해 상업계·문화계 양쪽 모두에서 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아톰부츠’라고도 불리는 빅 레드 부츠는 정가만 45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화다. 신고 벗기도 어렵고, 신고 다니기도 불편한 이런 신을 대체 누가 살까, 싶지만 국내 스타 전소미부터 릴 웨인·릴 나스 엑스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SNS에 착용샷을 올리면서 리셀가가 160만 원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미스치프는 이 작품에 “가장 만화적인 것이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해설을 달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미스치프:NOTHING IS SACRED’ 전을 진행해 온 대림미술관이 이달 마감하기로 했던 전시를 다음 달 28일까지 연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빅 레드 부츠 외에 요단강 성수를 넣은 ‘예수 신발’과 인간의 피를 넣은 ‘사탄 신발’도 선보인다. 예수 신발은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에어솔에 성수를 넣은 것이고 사탄 신발은 에어솔에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것이다.
이 두 작품은 돈만 된다면 ‘예수와의 협업’도 ‘사탄과의 협업’도 불사할 성싶은 무분별한 상업계 컬래버레이션을 꼬집고 있다.
미술품의 진짜 가치를 묻는다
미스치프는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작품을 오리고 자르고 위조해 진짜 가치와 의미를 묻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의 2만 달러(약 2700만 원)짜리 ‘요정’ 진품을 구매한 후 999개의 위조품과 뒤섞어 1개 250달러에 판매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모조품을 1개 250달러(약 34만 원)나 주고 구매한다면 꽤 비싼 가격이지만 1천 분의 일 확률로 진품이 얻어걸린다면 앉은 자리에서 2700만 원을 버는 셈이다. 당신 같으면 투자하겠는가?
쟁점은 이것이다. 복제한 사람조차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다면 작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미스치프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작품 ‘L-Isoleucine T-Butyl Ester(2018)’를 구매한 후 작품에 그려진 88개의 점을 정사각형 형태로 오려내 88개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림을 오려내고 남은 틀까지 89명에게 되팔았다. 그림은 훼손되었지만 가격이 떨어지기는 커녕 7배 이상 금전적 이득을 남겼다.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그들의 프로젝트는 미술품이 일부 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라도 소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만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예술품을 소유하고 가치를 끌어 올리는 방법을 찾아 낸 것이다.
대림미술관은 전시 연장를 발표하면서 휴관일인 3월25일에도 갤러리 문을 열기로 했다. 또한 전시 연장 첫날인 4월1일에는 전시도 관람하고 재즈 공연도 즐길 수 있는 ‘APRIL FREE DAY’를 개최한다.
전시 마지막 주인 4월22일~28일에도 별도 휴관 없이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야간 개관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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