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度 총선 ‘유권자 약 10억 명 44일간 투표’ 내달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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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BJP’ 對 INC 주도 21개 야당 연합 ‘INDIA’ 격돌
3선 노리는 모디 총리 승리 예상… 야권 인사 BJP 입당 이어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6 15:55:00

▲ 인도 총선이 내달 19일 시작된다. 총선 기간은 매번 다르며 이번엔 6월1일까지 44일간 이어질 예정이다. 현직 모디 총리의 BJP의 승리가 예상된다. 연합

6월1일 종료할 인도 총선이 내달 19일 시작된다. 44일간 지구촌 최대 규모의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 인도의 약 10억 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치뤄지는 총선이다. 집권당 인도인민당(BJP) 승리가 예상되면서 억만장자 기업가를 포함한 저명 인사의 입당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현지 매체 ‘더 힌두’에 따르면 북부 히마찰프라데시의 인도국민회의(INC) 소속 전 주의원 6명과 무소속 정치인 3명이 BJP 당적을 새로 얻었다. 앞서 1월 주미 대사 출신 타란지트 싱 산두 역시 BJP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BJP 승리가 예상되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INC에선 이들이 부패혐의 수사를 두려워한 결과라며 깎아내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인도 최대 철강기업 진달스틸앤드파워 회장 진달이 BJP에 입당해 고향인 북부 하리아나에서 연방하원 후보로 출마한다. 이날 비노드 타우데 BJP 사무총장은 뉴델리에서 진달 회장 입당 기자회견이 열렸을 때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결의를 완수하고자 나선 뛰어난 기업가·정치인”으로 진달 회장을 소개했다.

지난해 7월 INC 주도로 21개 정당 연합의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이 출범했으나 자금난과 당국의 부패혐의 수사 등으로 고전 중이다. INC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당국의 무리한 세무조사로 은행계좌들이 동결돼 유세자금마련조차 어렵다는 호소를 했을 정도다. 역대 두 번째 긴 투표로 기록될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 모디 총리의 BJP와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연합 INDIA가 대결한다.

INC는 인도 독립운동의 아이콘이자 초대 수상인 자와할랄 네루의 정당이다. 네루가 영국 치하에서 수감 시절 딸(훗날의 인디라 간디 수상)과 나눈 옥중서신을 토대로 한 게 우리나라 586세대에게 잘 알려진 ‘세계사 편력’이다. 네루 사후 그의 딸·손자부부 등이 반세기 인도를 이끌었다. 이들의 사회주의 기획 경제가 국가적 발전 잠재력을 크게 좀먹었다는 평가 속에 모디 총리의 등장이 큰 변화의 예고로 받아들여졌다.

2014년 하층민 출신 모디(당시 구자라트 주 총리)가 명문가 라훌 간디(네루 초대 수상의 외증손자)를 꺾고 연방 총리에 올랐다. 근년 중국의 대안으로 각광받게 된 인도지만 ‘마이웨이’ 경향이 강하다. 과거 제3세계 좌장 격이던 모습의 흔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인도는 서방과 친한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면서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등 서방의 대러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실속을 차려 왔다.

올해 인도 총선 유권자가 유럽연합(EU) 전체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9억6900만 명 중 4억7000만 명이 여성이며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는 사람이 1800만 명이라고 알려졌다. 직전 총선인 2019년 100만개 넘는 투표소에 174만 대 전자투표기가 놓이고 1500만 명 이상의 공무원이 동원됐다. 연방 보안군은 주 경찰과 함께 폭력 사태를 방지하며 투표기 운송 등에 협조한다.

인도 선거가 몇주씩 걸리는 이유엔 수만 명의 연방보안군이 선거 안전을 위해 순차 차출되기 때문인 것도 들어간다. 이들을 한꺼번에 빼내면 국경수비에 공백이 생겨 안보 문제가 발생한다. 하원 의원(록사바) 543명을 선출할 이번 총선은 28개 주(州)에서 지역에 따라 4월19일‧4월26일‧5월7일‧5월13일‧5월20일‧5월25일‧6월1일 등 7단계로 순차 실시된다. 걸리는 시간도 1~7일 제각각이다.

인도 선거법에 따르면 모든 유권자로부터 2km 내 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 2019년 선거 때는 공무원들이 해발 4650미터 히말라야의 마을에 투표소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지즈 쿠마르 인도 선관위 위원이 세계적인 외교 전문 잡지 디플로맷에 인도의 특수성을 설명한 바 있다. “무수한 강과 산, 설산에 정글까지 있는 인도에산 선거 지원단이 긴 거리를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먼 거리를 이동해야 유권자들이 그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선거 비용 역시 엄청나다. 미국 2016년 대선에 65억 달러(약 8조7000억 원)가 쓰였는데 2019년 인도 총선의 경우 정당들 지출 총액이 7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를 넘었다. 올해 선거 비용은 직전 선거때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권자가 늘었다.

모디 총리는 재임 기간 인도의 위상을 높이고 힌두교 중심의 애국주의를 내세운 결과 집권 10년된 현재 지지층이 두텁다. 반면 언론의 자유와 선거 독립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비판도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에선 무슬림 차별 정책과 비판적 지식인·언론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며 인도 민주주의 등급을 ‘자유’에서 ‘부분적 자유’로 낮췄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