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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시중은행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이 0건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을 던진 사례도 2건에 불과했다. 연초 은행권에 직격탄을 때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거수기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사외이사는 회의당 수백만 원의 급여를 챙겼다.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 이사회에서 논의한 결의안건 285건(국민 58건, 신한 60건, 하나 100건, 우리 77건) 모두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수정가결로 처리한 1건을 빼면 모든 안건이 원안 그대로 넘어갔다.
이사회 의결 안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외이사도 적었다. 지난해 우리은행(4명)에서 사외이사 2명이 2개 안건에 대해 각각 반대 1표를 행사한 게 전부였다. 국민은행(5명)·신한은행(6명)·하나은행(5명) 사외이사는 모두 찬성으로 일관했다. 리스크(위험)관리위원회·보상(보수)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도 부결된 의안은 전무했고 반대를 행사한 사외이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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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더 큰 문제는 돈이 걸린 사안에서도 ‘예스맨’ 노릇을 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임시이사회를 열고 KB부코핀은행 유상증자 한도를 8조4360억 루피아에서 12조 루피아(약 1조92억 원)로 늘리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는데 사외이사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해 10월 정기이사회에선 ‘ELS 낙인고객 보호를 위한 전행차원 대응방안 보고’를 보고안건으로 올렸지만 모두 ‘의견없음’을 표명했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ELS 손실 규모는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도 현대로디움 퇴직연금 사모펀드 배상 승인, 원화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 승인, 현대드래곤다이나믹에너지펀드 배상 승인 등에 대한 결의안건을 반대 없이 가결했다. 신한카드·신한투자증권 등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설정 관련 안건도 이사회를 가뿐히 통과했다.
하나은행은 이사회에서 지난해 1월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적화해(안) 승인’ 안건을 반대 없이 가결하며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인 233억3000만 원을 지급했다. ‘젠투 펀드 자율적 배상 사적화해안 승인’ 안건도 통과시켰다. 우리은행 이사회도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재개, 해외법인 증자, 환매연기 상품에 대한 자율 조정 등의 관련 안건을 사외이사 반대 없이 가결했다.
거수기 논란에도 은행 사외이사는 적지 않은 연봉을 챙겼다. 4대 은행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제외) 13명의 평균 보수액은 6754만 원이다. 이들 4곳이 지난해 이사회를 평균 16번 개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의당 급여액은 422만 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사외이사에게 평균 8200만 원을 지급했다. 전년(7400만 원) 대비 800만 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사회를 총 19번 개최했다. 이를 계산하면 사외이사는 회의당 430만 원을 번 셈이다.
신한은행 사외이사도 지난해 평균 8200만 원을 받으며 1년 전보다 200만 원 더 벌었다. 회의(16번)당 급여는 513만 원이다. 평균 보수액이 6900만 원인 하나은행 사외이사는 15번의 이사회를 통해 회의당 460만 원을 벌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의 회의당 급여액은 188만 원(3200만 원÷17번)이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사외이사를 어떤 사람으로 둘 것인지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이 감시해야 하는데 방치하는 수준인 것 같다”며 “경영진의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기업 운영하는 감시하는 사외이사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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