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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변에 하얀 눈발이 날린다. 황량한 들판 위에 뜨락또르(트랙터) 한 대가 지나간다. 이 시기 북녘 사람들은 일명 ‘거름 전투’에 동원된다. 비료가 부족하기에 인분으로 만든 거름을 밭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변변한 농기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금방이라도 들녘 한가운데 멈춰 설 것만 같은 트랙터 한 대에 겨우 짐을 맡긴다.
북한 땅 어디서나 선전 구호를 쉬이 볼 수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트랙터 앞에 새겨 놓은 구호는 좀 생뚱맞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가 보인다.
온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홀로 가두고 닫아건 채 자력갱생을 외쳐댄다.
1960·7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뜨락또르를 고치려면 부속품이 필요할 텐데 그건 또 어디서 구할는지. ‘조국애’라는 선전 구호도 들녘 한가운데에 우뚝 세워졌다. 그들에게 조국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가.
한겨울 뼛속을 에이는 매서운 눈발이 사람들의 차가운 얼굴을 할퀸다. ‘우리식대로 살아 나가자’는 구호가 현재 북한이 얼마나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지를 잘 말해 주는 듯하다. 언제까지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주민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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