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떠나는 MZ세대 공무원 ‘당근책’으로 잡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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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율 하락·이탈률 증가 현상 갈수록 심화돼
박봉·업무과다·악성민원 스트레스 등이 원인
낡은 조직문화 타파와 획기적 처우 개선 돼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8 00:02:02

이달 초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 이모 씨는 30대 9급 공무원이었다. 그는 관내 도로 포트홀(함몰) 공사로 교통 불편을 항의하는 ‘민원 전화 폭탄’에 새벽까지 시달렸다고 한다. 이씨가 사망한 후 그의 동료 중 한 명은 사표를 냈다. 우리 공무원의 현주소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의 이탈률이 증가하고 공무원 선호도가 눈에 띄게 하락하자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승진하는 데 필요한 최저연수를 대폭 줄이고, 불가피하게 주말·공휴일 근무가 필요한 경우 초과수당 보상을 강화하는 등 ‘당근책’이 두루 담겨 있다. 하지만 과연 정부가 내놓은 ‘당근’이 떠나는 MZ세대 공무원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때 인기 최고조에 달했던 공무원의 직업 선호도가 최근 2030대 공무원의 줄지은 퇴직으로 가파른 내리막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업 선호도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체계를 떠받드는 기둥이 흔들리고 있는 심각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응시율이 최근 3년 중 최저를 기록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4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응시 대상자 10만3446명 중 7만8422명이 응시해 75.8%의 응시율을 보였다. 이는 2022년 77.1%·2023년 78.5%보다 낮은 수치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진 건 9급 공채 경쟁률 하락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1월 원서 접수 결과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1.8 대 1이었다. 1992년(19.3 대 1)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다. 10년 전인 2014년 64.6 대 1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37.2 대 1에 이어 올해는 훨씬 더 내려갔다.

게다가 근래 들어 젊은 세대 공무원 퇴직자가 갈수록 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8년 2030세대 공무원 퇴직자가 5761명에서 2022년엔 1만1067명으로 거의 2배 증가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입사 1년도 안 되어 퇴직을 결정한 젊은 공무원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2018년에는 951명이던 수치가 2022년에는 3123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공무원 지원율 하락과 이탈률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인사혁신처가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지적됐다. 여기에 최근의 사례에서 보듯이 ‘악성 민원’으로 인한 시달림도 포함될 것이다.

이번에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 방안’에는 계급별 승진소요 최저연수 단축, 6급 이하 국가직 2000여 명 직급 상향 조정, 초과 근무 상한 시간 확대, 연가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또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마음 건강을 위한 진료비도 지원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로 주말이나 공휴일 근무를 했을 때 초과 근무 상한 시간 확대로 자칫 업무과중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 민원 공무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대국민 홍보·계도 혹은 처벌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MZ세대가 소중히 여기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명하복 등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급별 적절한 업무 분담과 수평적인 문화 만들기 등 조직 내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