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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순위 53위 세아 그룹을 가리켜 재계에서는 흔히 ‘은둔 오너의 기업’이라고 부른다. 고 이운형 회장, 이순형 회장 형제를 비롯해 창업주의 손자인 이태성·이주성 상무들이 크게 외부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붙여진 것이다. 또 대중과 직접 만나는 B2C 기업이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기업이다보니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포스코처럼 B2B 기업이지만 기업 이미지 광고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세아를 알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 서울시 합정역 근처에 메세나폴리스 빌딩을 세우면서 세아 그룹은 조금씩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고 있다. 세아 그룹은 강관(쇠 파이프)과 특수강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특히 특수강 분야에서 세아 그룹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계열사인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이 업계의 생산량 40% 이상을 차지하며 1위에 올라 있다. 특수강은 보통강과 달리 자동차, 선박 등의 주요 핵심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합금을 말한다. 세아베스틸이 원자재를 생산하면 세아특수강은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세아가 생산하는 특수강의 20% 이상은 현대자동차에 납품되고 있어 세아에게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중요한 고객사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세아 그룹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들이 회자되면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특수강 분야에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당진제철소 내에 특수강 공장을 착공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연간 100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아는 배신감을 느꼈는지 매물로 나온 업계 3위 동부특수강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넘기기로 하면서 판도는 갑자기 달라졌다. 업계 2위 포스코특수강과 1위 세아베스틸이 합쳐지면 연산 300만톤이 가능하며,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 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철강 1위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포스코의 유치한 이이제이(以夷制夷) 행보 아니냐”는 반응들이 나왔다. 상황이 급변하자 현대제철은 부랴부랴 동부특수강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수강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해 세아를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간지주회사로 기대되던 포스코특수강을 매물로 내놓았고, 내놓은 즉시 하루 만에 세아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세아그룹의 포스코특수강 인수와 함께 복마전에 빠진 특수강 업계의 동향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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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강 분야 1위인 세아베스틸은 분야 2위인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로 포스코와 MOU를 맺었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이 합치면 세아그룹의 특수강 분야 점유율은 한층 더 높아진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특수강까지 세아가 인수한다면 거대 특수강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마포구 서교동의 세아타워. ⓒ스카이데일리
철강 분야 5위, 특수강 분야 1위 세아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사실상 뒤통수를 맞았다는 여론과 함께 글로벌 기업 포스코는 이를 지렛대 삼아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아그룹 계열사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은 자동차의 핵심 부품에 쓰이는 특수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매출 20% 이상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자신의 납품업체와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배신감을 느꼈는지 세아는 분야 2·3위인 포스코특수강과 동부특수강 인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세아그룹에게 포스코특수강을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특수강업계, 세아·포스코 연합전선 구축해 현대제철에 대응 구도
세아그룹은 창업주 고 이종덕 회장이 1945년 서울해동공업사에서 출발했다. 모체 기업은 세아제강이며 2001년 세아제강에서 투자부문을 떼어내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아그룹은 재계 53위이며 소속회사는 22개이다. 자산은 6.7조원이고 전체매출액은 5.7조원이다.
그룹은 크게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계열과 모체 기업인 세아제강 계열로 나뉜다. 그 중 주력 계열사는 강관을 제조하는 세아제강과 특수강을 제조하는 세아베스틸 및 세아특수강이다. 현재 세아그룹은 특수강 분야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 공시 시스템. 2014년 8월 14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지난 14일 세아와 포스코는 MOU를 체결하고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대해 합의했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수자로 세아가 확정된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두 그룹은 조만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포스코가 보유 중인 포스코특수강의 지분 72.09%의 매각과 세아베스틸의 지분 인수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세아베스틸 측은 “고가 수입재의 국산화, 다양한 특수강 제품군의 일괄 공급 등 고객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규모는 물론 내실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특수강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아는 동부그룹이 내놓은 동부특수강에 대해서도 지난해 T/F 팀을 꾸려 인수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1위 세아베스틸이 2위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자 그동안 동부특수강에 무관심했던 현대제철이 입장을 급선회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동부특수강을 두고 세아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맞붙게 되면서 국내 특수강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만약 세아가 포스코특수강에 이어 동부특수강까지 인수하면 국내 특수강 업계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독점 기업으로 탄생하게 된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을 합병할 경우 연간생산량 300만톤에 달하는 탄소합금강 생산은 연산 400만톤으로 커진다. 400만톤 가운데 스테인리스가 100만톤 정도로, 특수강의 생산량은 300만톤 가량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 공시 시스템. 2014년 8월 14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량이 연산 100만톤을 계획하고 있어 포스코특수강을 흡수한 세아베스틸은 국내 최대를 넘어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럴 경우 당진공장에서 아직 특수강을 생산도 하지 못한 현대제철은 시작부터 세계 1위와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현대제철은 전체 철강 생산량에서 포스코그룹에 이어 국내 2위, 세계 10~20위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수강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2014년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 공장 건설을 착공하면서 특수강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철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동차 주요 부품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특수강은 자본집약적이며 완성도를 높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다. 현대제철은 2015년 하반기 말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연산 100만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특수강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세아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철강 1~2위 모두 뒤통수 맞을지 모르는 세아는 복안 필요” 조언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계 8위 포스코가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해 세아그룹을 이용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을 막기 위해 일부러 세아에게 포스코특수강을 밀어줬다는 것이다. 포스코특수강을 판다는 소식이 나온지 단 하루만에 두 기업이 손을 맞잡은 사실만 봐도 그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이 갑작스럽게 매물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애초 포스코특수강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공모액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돼 기업공개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과 함께 여전히 기업공개 대상기업으로 분류돼 있었고 포스코의 소재 사업군 기업 가운데 중간지주회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기대와 달리 포스코특수강은 갑작스럽게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최근 포스코특수강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손실 상태는 아니며 자본 잠식 상태 또한 아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특수강을 내놓은 것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특수강이 그룹 내에서 보통강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적고 내부거래도 미비하기 때문에 특수강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수입재 증가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현대제철까지 특수강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세아와 포스코 두 기업에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포스코가 세아에게 포스코특수강을 내준 배경에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신보다 더 큰 두 기업 사이에서 세아가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은 세아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서교동의 세아타워. ⓒ스카이데일리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현대제철이 아니고 세아그룹의 계열사인 세아베스틸과 인수 관련 MOU를 맺자 철강 1위 포스코가 철강 2위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해 철강 5위 세아를 밀어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게 됐다.
철강 업계에서는 세아그룹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두 개 그룹 사이에서 또 다시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영리하게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사고·노사분규·부정부패 등 온갖 사건·사고로 얼룩진 두 그룹과 달리 세아는 그동안 탄탄하고 사고 없는 기업으로 소문이 자자했다”며 “단지 작년 고 이운형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그룹이 어수선한 상태이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족경영을 표방한 오너 일가들이 현재까지는 잡음 없이 그룹을 이끌고 있고 이번 특수강 업계의 지각변동으로 세아가 크게 일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우물의 안의 개구리로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사고없고 탄탄한 세아, 국내·세계 최대 특수강 업체 되나
특수강산업은 자동차·기계·조선·건설 등 고강도·고내구성을 요하는 핵심부품, 즉 엔진·구동계 등에 사용되는 철강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지난해 기준 특수강은 전체 철강에서 약 11%를 차지했다.
현재 특수강 분야 1위는 세아그룹의 계열사인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이다. 세아베스틸이 특수강 원자재를 생산하고 세아특수강은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 두 기업이 한국 특수강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자료: 금감원 전자 공시 시스템. 2014년 8월 14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기준 세아베스틸은 개별기준 매출액 각각 2조1127억원, 영업이익 1439억원, 당기순이익 1040억원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세아특수강은 매출액 6877억원, 영업이익 472억원, 당기순이익 305억원을 기록했다.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은 최근 몇 년간 각각 2조원, 6000억~7000억원 대의 매출을 시현하며 업계 1위를 고수했다. 세아베스틸의 연산은 300만톤 가량이다.
업계 2위는 포스코특수강으로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액 1조3168억원, 영업이익 445억원, 당기순이익 317억원을 기록했다. 연산은 100만톤에 이른다. 포스코특수강의 최대 주주는 2600만주를 보유한 주식회사 포스코로 전체의 72.09%를 차지했다.
업계 3위는 동부그룹에서 내놓은 동부특수강이다. 개별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4064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 당기순이익은 73억원을 기록했다. 연산은 80만톤 정도이다. 최대주주는 주식 100%를 소유한 KDB시그마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전문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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