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교사 체포 이어 교민 추방… 한인회장 지낸 교민 ‘30년 입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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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서 22년 체류 60대 여성 사업가
“탈북인 지원도 안했는데 내쫓겨”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8 15:37:51

러시아에서 22년 가까이 거주하며 지역 한인회장까지 지낸 이모(60) 씨가 최근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30년 입국 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측은 이 씨의 추방 사유와 관련해 ‘국가 기밀’이라며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러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교민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에 체류 중인 이씨에 따르면 주재원으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2003년부터 러시아에서 약 22년을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국내를 오가며 비자를 받거나 3∼5년 단위로 임시 영주권인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아 현지에서 체류했다고 한다. 남편이 다닌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뒤에도 부부는 러시아에서 한국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문제는 이씨가 지난해 러시아 이민국에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몇 달 뒤 러시아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는 처분에 불복해 현지에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패소 판결 이후 임시 영주권도 자동 취소됐다. 이씨는 “영주권 발급이 불허된 이유에 대해 ‘국가 기밀’이라는 것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체류 비자를 다시 발급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남편이 가족을 초청하는 형태로 비자는 새로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달 1일 러시아 공항에 도착해 자신이 입국 거부 상태인 사실을 알게 됐다. 러시아 이민국으로부터 받은 ‘입국 금지 서류’에는 입국 거부 사유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연방에 2054년 1월 16일까지 입국할 수 없다”는 짤막한 문구만 적혀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측은 우리 정부 고위 소식통에게도 이씨의 입국 금지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씨가 현지에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러시아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탈북인을 지원한 적도 전혀 없는데도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러시아가 우리 교민에게 30년 입국 금지 처분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탈북인을 구출하려던 선교사들을 적발해도 통상 5년 내지 10년가량 입국 금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대(對)러 수출 통제 공조 차원에서 무기로 쓰일 위험이 있는 682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여기에 이달 초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러시아 법인·개인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자 러시아는 “대한민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우리 교민들을 상대로 한국의 대러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