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적이 교만할 때 승리한 황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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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병지계로 가맹관 사수한 노장 황충
상대가 나태해졌을 때가 재기할 적기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2 06:30:30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황충(黃忠)은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촉한(蜀漢)의 명장이다. 연의에서 그가 활약한 대표적 사건은 가맹관(葭萌關)전투다.

조조(曹操) 측은 명장 장합(張郃)을 보내 가맹관을 치게 했다. 황충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백발노장인 엄안(嚴顔)과 함께 출병했다. 적의 원군이 왔다는 소식에 내심 긴장하던 장합은 황충 등을 보자 말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로 웃어제꼈다. 그러고는 가소롭다는 듯 “손주나 돌보쇼” 하며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교만을 부리던 그는 황충·엄안의 맹공에 신나게 두들겨 맞고 달아나는 신세가 됐다.

다급해진 조조 측은 조조의 먼 친척뻘이자 명장인 하후연(夏侯淵)의 조카 하후상(夏侯尙)과 한호(韓浩)에게 지원군을 붙여 장합에게 보냈다. 얼이 빠진 장합의 만류로 하후상·한호가 공격을 삼가고 굳게 방어만 하자 황충은 교병지계(驕兵之計), 즉 일부러 적을 교만하게 만들어 이끌어내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하후상 등과 첫 교전한 황충은 돌연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신난 하후상 등은 으스대며 황충의 군영을 접수해 치중(輜重·군수물품)을 가득 채웠다. 이튿날에도, 그 이튿날에도 황충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에 비례해 하후상 등이 차지한 황충의 병영은 늘어만 갔다. 하후상 등은 점차 경계도 소홀히 한 채 밤마다 흥청망청 술이나 마셔대기 시작했다.

가맹관 코앞에서의 마지막 전투에서 하후상 등은 한껏 자만심에 들떠 출정했다. 아직 술이 덜 깬 하후상 등의 진형이 어수선한 걸 본 황충은 흰 수염을 휘날리며 범 같은 기세로 덤볐다. 전례 없는 강공(強攻)에 당황한 하후상 등은 싸울 엄두도 못 내고 달아났다. 하후상 등이 그간 점령한 황충의 진채들은 다시금 촉군(蜀軍) 수중에 들어갔다. 그곳에 산처럼 쌓인 조조 측 치중은 덤이었다.

황충은 하후상 등이 숨어든 천탕산(天蕩山)까지 쫓아갔다. 황충이 천탕산 진채 정면을 들이치자 그간 실종됐던 엄안이 별동대를 이끌고 후문을 두들겼다. 한호 등의 목은 끝내 촉군 전리품이 됐고 가맹관은 사수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이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22대 총선 압승으로 잔뜩 교만해진 더불어민주당이 실수 저지르기 딱 좋을 때가 윤 대통령이 재기를 노릴 적기(適期)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황충 같은 지혜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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