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사한 국힘 비대위장… 결국 ‘어당팔’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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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룩하지만 당수가 8단’… ‘관리형 위원장’ 황우여 지명

5선 당대표 출신… 산전수전 다 겪은 외유내강형
전대룰 개정 둘러싼 당내 이견 조율할 막중 책임
비윤계 “합리적인 분이지만 쇄신 이끌지 미지수”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9 18:17:16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준비를 맡게 될 국민의힘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지명됐다. ‘당원 100%’라는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친·비윤 당권주자들은 황 전 대표 인선이 가져올 파장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황 전 대표는 29일 “받아들인다”며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3차 당선인 총회에서 황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윤 대행은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5선 의원이기도 하고 당대표를 지내신 분이다. 덕망·인품을 갖추신 분이다.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1월1일 서울 영등포구 국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총회 참석자 대다수는 황 전 대표 인선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행은 향후 전국위원회 추인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새 비대위는 올해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준비한 뒤 새 당대표가 선출되는 대로 해산하게 된다.

황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어당팔’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외견상 어수룩하지만 당수가 8단이라는 의미다. 1947년 인천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판사로 활동하다가 1996년 이회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의장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인천 연수구를 지역구 삼아 5선 고지에 올랐다.

당직으로는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사무총장·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첫 당대표 등을 거쳤다. 현재는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다. 당대표 재임 당시 18대 대선을 지휘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2년의 당대표 임기를 모두 채웠으며 김무성·이정현·이준석·김기현 등 이후 당대표들은 모두 조기 사퇴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외유내강형 정치인인 황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 룰을 두고 둘로 나뉜 당내 이견을 정리해야 한다. 그가 기존 룰을 지지할지 아니면 일반여론조사 반영을 지지할지 정치권은 지켜보고 있다. 당원 투표 100%인 현행 룰대로 하면 당원 지지를 크게 받는 친윤계 당권주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 반면 일반여론조사를 일정 부분 도입하면 비윤계도 당권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일단 비윤계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황 전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고 반대 의견은 없었다”면서도 “관리형 비대위 자체가 결국 무난하게 가는 건데 총선 민심을 받들고 쇄신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지금은 쇄신할 때다. 총선 민의에 따라 혁신을 해나갈 수 있을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에 대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고 각을 세운 바 있다.

다만 비윤계 일각에선 황 전 대표 지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4월 황 전 대표는 언론에 “일사불란하게 단일대오로 움직이기보다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포용하는 역동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친윤계에 쓴소리를 내놓은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무난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행은 황 전 대표 지명을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했냐는 질문에 함구했다. 그는 “총회 직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황 위원장을 모시겠다는 얘기를 공유했다”고만 밝혔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