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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대 홍진선 전 상임위원장 때만 해도 긴박하고 경황없이 범대위가 꾸려지고 대응해온 것이었다면 3대 위원장으로서는 그 바탕 위에 더 세련되고 노련하게 대응해 실효적인 범대위 활동을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깔린 때문이다.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저지’ 임무를 선두에 서서 이끌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지 않을 그였지만 논리적으로나 향후 투쟁의 방법론에서도 상당한 ‘무장’을 한 듯해 보였다.
이 위원장을 9일 그의 생업현장이 있는 화성시 서신면 소재 서신농협 고객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생업 현장쪽으로 장소와 시간을 정한 것은 그가 수도작은 물론 축산업까지 ‘대농’인 까닭이다. 농번기인 요즘 그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기도 했다.
1·2대 범대위와 달라진 것이 무얼까 궁금했지만 지난달 18일 취임 후 보름여 동안 느낀 소감부터 물었다.
“홍진선 전 상임위원장이 이 자리를 제안했을 때 몇 번이고 고사했습니다. 수원시와의 지난한 힘겨루기에 맞서 범대위를 이끌어가는 상임위원장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수장 자리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누구보다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누군가는 상임위원장 자리의 무게를 견디고 범대위의 키를 잡아서 망망대해를 헤쳐나가야만 했기에 제3대 상임위원장의 직책을 수락했습니다.”
사실 그가 범대위 참여한 배경은 7대조 할아버지 이래 살아온 자신의 삶의 터전이라고 할 서신면과 인근 화성호의 지킴이 공동대표를 맡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는다.
2015년 무렵이었다. 자연스럽게 범대위 활동을 그때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고문으로 남아있는 윤영배 홍진선 전 상임위원장을 곁에서 도우며 보좌해온 터였다. 뿐만 아니라 화성의 농업관련 다수 단체장을 맡아오면서 그에겐 수원 군공항 화성이전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고 당연히 범대위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뛰어왔다. 그게 벌써 7년이 지났다.
새롭게 출발한 범대위의 목표에도 약간의 궤도변화가 있는가? 아니면 또다른 계획은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동안 범대위는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 반대를 기본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이를 위해 화성시 대표축제 등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해 범시민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긴 했으나 미약하고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죠. 그런데 새로운 비대위 출범과 비슷한 싯점에 이미 우리 화성과 이웃 수원의 정치지형에도 변화가 있고 특별법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더 중해졌음을 직감하지 않습니까? 변화된 상황에 맞는 대응 기조상의 변화라고 이해해주십시요. 정치인 누구와도 만나 설득시킬 자신 있습니다.”
대(對) 정치권 접촉면을 더욱 확대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이와 함께 애초에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의 출발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 공연한 지역갈등으로 비화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도 하지만 이제는 수원의 문제를 놓고 화성이 안고 가야 할 이유가 요즘 시쳇말로 ‘1도’ 없다는 생각이불현듯 스쳤다.
우선 도시의 성장면에 있어서 이미 화성은 100만 특례시 지정을 눈앞에 두며 수원을 조만간 압도할 만큼의 비약적인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어 예전의 화성으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4·10총선으로 정치권을 앞세운 수원시의 압박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할 처지라는 데 많은 화성시민들은 동의한다.
“지난 총선에서 염태영 당선인을 비롯한 수원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원곤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원지역구 당선인들은 공약으로 제시됐던 공통 현안인 수원군공항 이전에 대해서 선거결과를 떠나 여야 협치를 제안하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수원군공항을 화성시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해 그야말로 더 큰 수원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1월 김진표 의장이 대표발의한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입법저지를 위한 집회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 것처럼 향후에도 민·관·정 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30만 범시민 서명운동 등으로 수원시의 정치적 공세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인터뷰 분위가 무르익어갈 즈음 가장 먼저 꺼내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정말 화성시민으로서 수원-화성 시민 간 민민갈등을 해결할 길이 정말로 없겠냐고 물었다.
민민갈등은 수원-화성 간에도 있지만 화성시 내부적으로도 병점권역과 서부권여 주민 사이의 갈등도 그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단 한 가지였다. 간단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방부는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을 철회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그것이었다.
즉 잘못 꿴 단추는 빨리 인정하고 다시 풀어서 처음으로 돌아가 올바르게 꿰면 된다는 얘기다. 이 길만이 화성·수원 두 지역 시민과 화성내 주민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항간에 일고 있는 수원시의 공론화 위원회 구성 제안에 대한 의견도 궁금했다.
“작년부터 이재준 수원시장이 화성시를 향해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 제안과 동참유도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는 공론화사업을 추진해 수원군공항 이전에 대한 여론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화성시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정당성 확보 수단입니다. 수원시가 주장하는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 공론화에 앞서 수원 군공항 노후 비행기 운행 중단과 수원군공항 기지의 점진적 폐쇄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이 위원장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완강하긴 매한가지였다. 한 마디로 얄팍한 꼼수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이 될 것이라며 일축한다.
“경기국제공항은 물류중심의 국제공항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여객 중심의 공항이 되어야 화성시 지역경제발전에 기여가 되겠지만 물류중심의 공항은 인프라 설치도 늦어지고 우리 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때문에 경기국제공항 건설 방안은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을 위한 얄팍한 꼼수입니다. 전국에 15개 공항이 있고 향후 10개 공항을 더 건설한다는 것인데 지방 공항은 대부분 적자상태가 아닌가요. 활주로는 고추말리는 곳으로 사용된다는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예도 마찬가지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구요.”
이 역시 화옹지구 전투비행장 예비후보지를 철회해놓고 다른 얘기를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남의 땅을 제 것인냥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말이 돼냐는 거다.
그가 왜 화성시 서해안을 지켜야 하는지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화성시 백미리 갯벌이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블루카본 기반 그린리빙’ 조성 시범지로 선정됐는데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갯벌에서 한 해동안 최대 48만 톤의 온실가스를흡수 저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써 우리가 왜 화성과 서해안을 지켜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지 않을까요?”
수원시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인들을 앞세워 낙후된 지역의 도시개발을 위해 군공항을 화성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생태계를 보호해 블루카본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화성시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그는 주장한다.
화성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대농’으로서 10여년 전 화성지역 초창기 환경단체로 처음 ‘입문’할 즈음만 해도 회비만 내는 얼굴없는 회원이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화성지역 최대 시민단체인 수원군공항 화성이전반대 범대위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다분히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가 그를 이렇게 키웠다.
이제는 그의 손자들까지 이곳 화성 터전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곳이기에 당당히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전사로 변했다.
“세계문화유산까지 가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우선은 화성호가 아름다운 서해 낙조와 함께 정말 시민들과 온 국민이 와서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곳으로 보존되어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리고 그 때쯤되면 이제 모든 걸 털고 또 상했던 자존심과 분노 이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날이 될 거라 봅니다.”
가열차고도 긴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가득해 보였다.
“범대위는 수원시와 지역 정치인의 어떠한 압박과 술수가 있더라도 당당히 맞설 것이며 오로지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저지와 착한 탄소 블루카본을 지키는 화성시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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