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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패션업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올라선 기업이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주 최병오 회장을 지금의 형지를 키워낸 장본인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만큼 형지의 성공 과정에 있어 최 회장의 역할이 컸음을 의미한다. 형지는 지난 1982년 최 회장이 동대문 시장에서 시작한 불과 1평짜리 의류 도매 매장 ‘크라운’이 그 모태다. 이 조그만 가게가 약 30년 후 1조 매출 기업인 형지가 된 것이다. 가게를 연 후 최 회장은 남다른 전략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특유의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나이 40살이 되던 해인 1993년에 거래업체의 부도로 연쇄부도를 맞게 되고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최 회장은 다시 동대문에 1평짜리 가게인 형지를 열고 재기를 노렸다.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것은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최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고,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후 최 회장은 지금의 형지를 일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를 론칭했다. 당시 30~50대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는 거의 전무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었고, 당연히 주부들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 회장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주부들이 선호하는 사이즈와 색, 디자인 등을 고려한 제품만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브랜드 론칭 이후 형지의 사세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크로커다일레이디’만 차리면 돈방석에 앉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리점 점포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갔다. 이후 경쟁업체들에서도 주부들을 공략한 브랜드를 내놓자 최 회장은 시장 지배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브랜드 다변화에 나섰다. 샤트렌, 올리비아 하슬러, 라젤로, 아날도 바시니, CMT, 와일드로즈, 노스케이프 등 다양한 고객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다수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외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최병오 회장이 우뚝 서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최 회장과 형지의 행보에 대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과 관련된 의혹은 1조 매출의 중견 대기업인 형지의 후계구도와 깊은 연관이 있어 그 관심도가 더욱 높다. 스카이데일리가 패션그룹형지 회장을 둘러싼 논란들과 이에 대한 업계와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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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후계양성·사회운동 등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최근 후계구도를 염두해 둔 일련의 사안들로 인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경영 승계를 위해 장남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기존의 멀쩡했던 사업부문을 몰아줘 높은 매출을 기록하게 했고, 심지어 값 싸게 제품을 몰아줘 수익성 개선에 일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패션그룹형지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병오 회장, 기부·후계양성·사회운동 전개 ‘눈길’
패션그룹형지 1조 매출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병오 회장은 남다른 기질과 특유의 성실함을 통해 기업을 일군 사실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왔다. 더불어 몇 년째 계속해 온 각종 기부 및 봉사활동 등도 알려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선행이 알려질 때마다 주변에서는 “어려웠던 시절을 겪은 이력 덕분에 어려운 이웃의 실정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왔다. 최 회장은 올해 역시 각종 선행활동으로 대중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박수를 받았다.
우선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22일에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 및 고통 받는 가족들의 아픔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사재 5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전해져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당시 최 회장은 “유가족의 슬픔과 상실감이 너무나 통절하게 느껴진다”며 “결코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4년 6월 말 기준, 일부 계열사는 2013년 말 기준) / 샤트렌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최 회장은 국가의 후계양성을 위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패션그룹형지는 서울대학교에서 발전기금 협약식을 갖었다. 당시 협약식에서 형지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의 발전을 위해 2억원을 재단법인 서울대학교발전기금에 전달했다. 최 회장은 회사에서 내 놓은 기금 외에 사재 1억원을 같은 목적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61세인 최병오 회장은 최신 기부 트렌드 마저 섭렵한 모습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일 최 회장을 비롯한 패션그룹형지 고위급 임원들이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회 운동인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한 것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체험하자는 의미에서 비롯된 사회 운동으로 참가자는 얼음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지명을 받아 운동에 참여한 최 회장은 6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도 당당히 얼음물을 뒤집어썼고,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한 후에는 한국 ALS협회에 600달러의 기부금도 냈다. 당시 최 회장은 “임직원들과 한 뜻을 모아 좋은 일에 동참해 뜻 깊다”며 “아이스버킷챌린지가 단순한 이벤트로 변질되지 않고 캠페인 취지와 의미가 잘 이어지도록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캠페인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대중들은 최 회장의 진정성에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장남 지분 보유한 계열사 사업부문 몰아줘 ‘폭발적 매출 신장’
▲ 패션그룹형지 내 계열사인 형지리테일은 지난 2009년 매출액이 94억원에 불과했지만 최병오 회장의 장남이 대주주로 참여한 후부터 알짜 사업을 이어받아 1년 새 무려 6.3배나 높은 매출액을 시현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최근 들어 최병오 회장의 선행을 무색하게 하는 의혹이 불거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1조 매출 중견 대기업인 형지의 후계구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짐작되는 대목에서 논란이 불거져 나와 그 관심도가 더욱 높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도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인 형지리테일이 업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전과 달리 기업의 외형과 매출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09년 형지리테일의 매출은 94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9년 형지크로커다일로부터 대리점 및 아울렛 할인매장 관련 사업부문을 인수한 후부터 매출액이 폭등했다. 사업부문 인수 직후인 2010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6.3배 오른 589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매출액은 2011년 745억원, 2012년 790억원, 2013년 762억원 등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부분에서 “형지리테일이 패션그룹형지의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가운데 꼼수승계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이는 형지리테일의 폭발적 성장이 이뤄진 시기와 최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씨가 형지리테일의 지분 20%를 확보하며 대주주로 등극한 시기가 맞물린다는 이유에서다. 경영 승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남이 지분을 보유한 형지리테일에 사업부문을 넘겨 높은 실적을 기록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는 많은 대기업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대물림 유형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역시 주목됐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형지크로커다일의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직전인 2008년 말 최 씨는 형지리테일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후 2009년 형지리테일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2010년이 돼서야 다시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시기, 최 씨는 형지리테일의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매출액이 급감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시점에 지분 이전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형지리테일에 사업부문을 넘겨 폭발적 성장을 가능케 한 형지크로커다일이 최 회장이 지분의 100%를 보유해 개인 기업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를 받아 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꼼수 승계 의혹을 불러 온 일련의 사안들을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 즉 최 회장에 의해 속칭 ‘설계된 것’으로 보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속칭 ‘껌 값’에 사서 ‘금 값’에 판다”…형지리테일에 비판 여론 확산
▲ 형지리테일이 그룹 내 계열사들로부터 물건을 들여와 팔고 있는 것에 대해 “스마트컨슈머 관련 모임의 회원들 사이에서는 형지리테일이 자사에서 이월상품을 속칭 ‘껌 값’에 들여와 ‘금 값’에 팔고 있다는 식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사진은 패션그룹형지 일부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역삼동 MTU빌딩 ⓒ스카이데일리
최근에는 ‘꼼수 승계’ 의혹의 중심에 선 형지리테일의 사업 구조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에 따르면 형지리테일은 패션그룹형지의 상설유통 및 건설개발사업과 양산물류센터를 전개하는 법인이다. 이 가운데 이월 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 운영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상 형지리테일은 ‘패션그룹형지에서 팔다 남은 제품인 이월상품을 처리하는 사업 위주의 영업을 한다’는 구설수들이 그래서 나왔다.
더욱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형지리테일이 매출을 올리는 과정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싼 값에 들여 온 제품을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에 팔아 상당한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의심의 시선들이 불거져 나왔다. 소위 말하는 ‘땡처리’ 물량을 싸게 들여와 아울렛에 전시한 후 높은 가격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형지리테일은 지난해 7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757억원이 상품매출액이었다. 같은 기간 상품매출원가는 251억원에 불과했다. 상품매출액이 상품매출원가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달리 말하면 1000원에 사온 물건을 3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형지리테일의 수익성은 동종업계 타 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속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같은 그룹의 샤트렌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해 매출액 1246억원, 매출원가 62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역시 단순 계산한다면 1000원에 물건을 제작해 약 2000원에 판매한 셈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샤트렌은 자체적으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기 때문에 단순 유통업체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며 “그런데도 이월상품을 유통해 판매하는 형지리테일이 샤트렌의 수익성을 능가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점은 다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형지리테일이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대부분의 제품을 계열사들로부터 들여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형지리테일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현황을 보면 계열사들과의 재고자산 매입액이 224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상품매입액인 248억원의 90%에 달하는 금액이다. 앞서 2012년에도 형지리테일은 전체상품매입액 380억원의 92%에 가까운 350억원 어치의 제품을 계열사들로부터 매입했다.
스마트컨슈머 관련 모임의 한 회원은 “형지리테일은 자사에서 팔다 남은 물건을 ‘껌 값’에 들여와 ‘금 값’에 팔고 있다”는 식으로 우회 비판했다. 같은 모임의 또 다른 회원은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이 결국은 최 회장과 그의 자녀들의 배를 불리는 것 아니냐. 이는 꼼수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후 본격적으로 승계 자금 마련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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