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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파동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근본 원인은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들이 앞 다퉈 소 사육두수를 늘린데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의 한 축인 유통부분이 이번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복잡한 다단계 유통구조가 그것이다. 소값이 2010년 초 대비 35% 이상 내렸지만 소비자 판매가는 변하지 않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값 파동은 축산농가에 이처럼 피해를 주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한우를 먹어야 한다. 왜곡된 한우 유통구조가 지속되다 보니 축산당국도, 업계도, 생산자도, 소비자도 문제의 한우 유통단계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형마트들이 ‘해결사’를 자임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한우고기 고가 전략을 버리고 가격 인하대열 경쟁에 나섰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유통단계를 줄여 한우 축산농가도 위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한 한우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매상들은 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값 파동으로 시작된 한우 유통구조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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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농림수산식품부 ⓒ스카이데일리
한우 유통구조, 숨은 비밀은?
한우 유통구조에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상식을 넘어선 상당한 마진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쇠고기의 유통은 사육에서부터 운송과 도축을 거치면서 경매, 도매상, 식육포장처리, 운송, 소매상∙음식점, 소비자 등 7~8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 자료:농림수산식품부
쇠고기의 유통마진에 관한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2010년 40.9%, 2009년 37.5%, 2008년 41.1% 2007년 37.1%로 평균 유통마진은 40% 정도다. 이는 미국의 유통마진(USTR 자료) 2010년도 53.6%, 2009년 57.5% 2008년 54.5% 보다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에 고기값의 1.5%인 도축비와 운송비까지 더해져 전체 유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전 유통단계에서 10~25%의 중간 마진이 발생하고 있고, 일부 도매상들은 쇠고기를 경매 받아 소매상이나 음식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20%안팎의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 한 마리가 유통되는 과정은 어떠할까? 전국의 한우 평균 가격은 600kg짜리 1마리가 400만 원대다.
도축가공 과정을 거치면 고기와 뼈 등 400kg이 나오고, 도매상에 kg당 1만3000원에 팔리고 운송과 가공, 소매상을 거쳐 최종단계에서 kg당 6만 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된다. 애초 400만 원짜리 소가 2400만 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쇠고기 유통구조 안 바꾸나? 못 바꾸나?
농식품부도 한국의 쇠고기 유통단계가 많은 것이 소비자 가격이 비싸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쇠고기 중간 유통단계에서 도매상이나 소매상이 과다한 마진을 챙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행정지도를 통한 ‘마진폭 줄이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자료:농림수산식품부
그러나 정부가 섣불리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유통 종사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들어 재정적 역량을 갖춘 대형 마트들이 자체 투자를 통해 미트센터를 갖추는 등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많다”며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장려하는 한편 축산 선진국들이 도축에서 가공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페커(Packer) 시스템을 도입해 쇠고기 유통단계를 3~4단계로 줄이기 위한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현재 페커 시스템이 갖춰진 축산물 유통센터는 한 군데도 없다.
다만 서울 가락시장의 도축 기능이 옮겨간 충북 음성 축산물 공판장은 현대화된 도축 시설을 갖췄지만 가공 시설까지는 갖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6천억 원을 투입해 수도권에 도축과 부분 육가공시설, 종합물류센터까지 갖춘 ‘안심 축산물류센터(펙커)’를 건립하고 전국에 거점별로 이 같은 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 부족 때문에 단기간에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식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 마트 쇠고기 유통혁신, ‘또 다른 대안’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유통구조 개혁에 대형 마트들이 나서면서 민간 영역의 쇠고기 유통구조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기업의 속성상 이윤추구가 1차적 목적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유통구조 개혁에 대형 마트들이 나서면서 민간 영역의 쇠고기 유통구조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예를들어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음성 축산물 공판장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으로 지정, 회사 소속 한우 바이어들이 직접 쇠고기를 경락받고 있다.
3명의 바이어들은 월 2백두의 한우를 낙찰 받아 직영 광주 미트센터로 보낸다. 미트센터에서는 고기를 불고기나 스테이크 등 요리에 적합하도록 가공 과정을 거쳐 전국 139개 이마트로 공급한다.
도축된 고기를 직접 사들이고 가공까지 하기 때문에 기존의 복잡한 유통단계를 2~3단계 정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기존 판매가격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우등심 1등급의 경우(1월 10일 기준) 이마트는 100g에 5100원인 반면 농협 하나로클럽(양재점)은 6980원, 홈플러스는 7300원, 동네 정육점은 7000~9000원 선으로 가격 차이가 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쇠고기량이 국내 전체 유통물량의 39%에 이르기 때문에 마트들의 유통구조 혁신 노력은 조만간 쇠고기 유통시장 전체에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마트들이 재정 능력을 바탕으로 한 유통구조 개선 노력은 영세 도소매상의 몰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양극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김동수 위원장은 10일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유통구조가 왜곡돼 있는 분야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거래를 유도할 것”이라며 “1월 중 쇠고기 분야를 시작으로 유아용품, 유니클로·자라·갭 등 SPA 의류, 의약품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한우 할인 행사 참여
이마트 최병렬 대표 역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한우를 판매하기 위해 위탁영농, 이마트 미트센터에 이어 한우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등 다양한 한우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한우를 공급하고 산지농가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농림수산식품부
현재 국내 한우 유통구조는 크게 △산지에서 직접 한우를 매입하거나 △도축 이후 전국의 공판장에서 지육 형태로 경매된 한우를 구입하는 방법 △전국의 중도매인으로부터 한우를 구입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다.
결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한우가 이르기까지는 유통단계들이 추가돼 가격은 몇 배로 불어나게 된다.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유통단계 축소에 뛰어든 만큼 ‘거품 빠진 한우 가격’이 기대되고 있다. 설맞이 한우선물 세트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이 가격인하를 내세우며 판매촉진에 나서고 있어 보다 저렴한 한우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당초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던 이마트도 한우 할인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경쟁업체 롯데마트가 이마트보다 할인 폭을 높이자 이마트 역시 ‘최저가 한우’ 전쟁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앞서 롯데마트도 한우 선물세트 가격인하에 나선 상태다.
10만 원대 미만의 한우 선물세트를 내 놓는가 하면 한우 등심 1등급 100g을 5500원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한우 부산물 가격이 가장 낮은 여름철에 미리 물량을 확보해 기존보다 판매가를 25% 가량 낮췄다.
홈플러스 역시 다양한 한우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18일까지 전 지점에서 국거리용 쇠고기(100g)는 41% 할인된 3280원, 산적용 쇠고기(100g)는 2500원에 판매한다.
특히 농협과 협력해 안심할 수 있는 한우 유통을 위해 유해성, 질병 검사 등을 실시하면서 안전하고 값싼 한우 판매를 내세웠다.
이 같은 대형유통업체들의 한우가격 인하 경쟁으로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주요 유통업체들의 한우 매출은 전년대비 13∼20%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날 역시 한우선물세트가 인기품목으로 꼽히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유통구조 단축과 한우가격 인하가 한우소비를 촉진시켜 소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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