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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시각 예술이라면 음악은 청각 예술이다. 또 문학은 언어를 통해야 가능한 예술이지만 음악은 귀를 통해 영혼으로 직접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가사를 몰라도 즐길 수 있고 언어의 한계를 넘어 청중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남녀노소 대부분 좋아하고 즐기는 장르다. 예술적 분위기가 넘치는 홍익대학교 인근에 가면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에는 거리 공연을 하는 버스킹(busking) 밴드들이 넘쳐나고 홍대 곳곳에 포진한 소극장과 음악 카페에는 자신의 감흥을 주체 못하는 젊은 뮤지션들의 공연들이 늘 성황을 이룬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기자가 찾아간 합정역 근처의 한 음악 카페에는 젊은 음악인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5~6개의 밴드들이 작은 카페에 모인 청중 앞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이들 가운데 ‘본케이밴드’는 음대생들로 구성된 재기발랄한 밴드다. 보통 밴드하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금관악기를 사랑한 본케이밴드는 트롬본을 주축으로 노래를 부르는 다소 특이한 밴드다. 밴드 구성원들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이다. 생긴 지 두 달밖에 안됐지만 이들은 학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트롬본 밴드 ‘본케이밴드’를 만나 그들의 풋풋한 음악세계에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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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케이밴드는 음악을 전공하는 다섯 친구들이 만나 한 음·한 음을 맞춰나가며 음악을 즐기려 결성됐다. 2호선 합정역 근처의 음악카페 ‘C Cloud’에서 만난 그들은 직접 작사·작곡한 3곡을 청중들에게 선보였다. ⓒ스카이데일리
본케이밴드(이하 본케이)는 트롬본을 중심으로 결성된 음악 밴드다. 밴드 이름은 트롬본의 ‘본’과 KOREA의 ‘K’를 따서 지었다. 한국을 트롬본으로 물들이겠다는 당찬 의미다. 결성된 지 두 달도 안 된 이들은 10월 어느 날 합정역에 모여 첫 공연을 선보였다.
밴드의 다섯 멤버는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로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이다. 멤버들은 밴드의 구성원이면서 각자의 다른 그룹을 갖고 있다.
본케이의 구성원은 트롬본 연주자 겸 메인보컬 정준기(25·남)씨, 드럼 차기은(22·여)씨, 베이스기타 신동우(22·남)씨, 건반 및 보컬 꽃지수(21·여)씨, 기타 조창현(20·남)씨다.
본케이의 리더인 정준기씨는 “다섯명 모두 다른 그룹이 있으면서도 함께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별한 일정이 잡혀도 지금의 멤버들이 아니면 공연을 할 생각이 없다”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재기발랄한 학생들이 만든 트롬본 그룹
다섯 명의 학생은 모두 악기를 전공하지만 전부터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있었다. 국내 음악 그룹 ‘데이브레이크’나 ‘노리플라이’ 같은 밝은 감성의 곡을 좋아해 이들은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 본케이는 한 마디로 유쾌한 음악을 추구하는 게릴라성 밴드다.
▲ 본케이의 리더 정준기씨는 동료들과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게릴라성 밴드를 만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유쾌한 음악을 추구한다고 했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는 유쾌한 성격을 그대로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정준기씨는 “보통 싱어송라이터하면 기타나 건반 같은 악기가 메인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본케이는 특이하게 트롬본이라는 금관악기를 메인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에는 트롬본이 들어갈 계획이 없었으나 남들이 갖지 못한 사운드를 찾다보니 이러한 구성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본케이는 현대적인 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딱히 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재즈, 록, 펑크 등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두 도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멤버들은 “음악 속에 우리의 색을 확실히 넣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본케이는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열린 자신들의 첫 공연에서 자작곡을 내놓았다. 이날 보여준 곡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복학생’, ‘Deep Origin’ 등 세 곡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는 짝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바라만 봐도 좋고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요즘 말을 빌자면 짝사랑의 이야기를 ‘손발이 오그라들게’ 표현했다.
‘복학생’은 2013~2014년 한창 인터넷에 떠돌던 ‘농담ㅋ’라는 유행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사는 너무나도 눈치가 없는 복학생이 여자 신입생에게 작업을 건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연주곡 ‘Deep Origin’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멜로디로 구성됐다. 제목은 이 곡을 작곡한 정준기씨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공간인 단골 카페의 이름을 따붙였다.
공연을 마친 후 기자가 만난 멤버들은 하나 같이 즐거워했다. 이들은 “너무 재밌다”, “즐겁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눈이 초롱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를 보는 듯 했다.
▲ 드러머 차기은(왼쪽)씨와 신동우(오른쪽)씨는 본케이에서 동갑내기 친구다. 처음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다르지만 현재는 누구보다 열정을 강하게 공유하는 멤버들이다. 차씨는 최근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했고, 신씨는 힙합 레이블에서 활동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는 신동우씨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에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knockdown’이라는 힙합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레이블은 소규모이면서도 전문성과 음악성으로 명성을 얻는다는 뜻으로 소속사보다는 작은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여러 가지 음악들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동갑내기 친구인 드러머 차기은씨는 얼떨결에 교회 찬양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접한 드럼이 너무 재밌고 좋아져 음악을 한다고 전했다. 차씨는 “재미있는 음악, 재즈와 록이 섞인 음악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차씨는 그룹 ‘Refresh’의 멤버로 지난 9월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첫 앨범에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하고 편곡한 ‘오늘만 같기를’, ‘Refresh Song’, ‘밥’ 등 세 곡이 담겨있다.
꽃지수(예명)씨는 홍지수밴드의 리더이자 본케이밴드의 건반과 보컬을 맡았다. 그는 “19살, 선택의 기로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고민 끝에 음악을 하게 됐다”며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예쁜 마음을 전했다. 멤버들에 의하면 꽃지수씨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음색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을 지녔다.
▲ 꽃지수(사진 위)씨는 보컬과 건반을 맡았고 조창현(사진 아래)씨는 팀의 막내이며 기타리스트다. 이들은 아직 음악을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일이 더 많은 뮤지션들이다. ⓒ스카이데일리
꽃지수씨는 “본케이는 편안하게, 쉽게,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딱딱하고 틀에 박힌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 톡을 통해 ‘우리 한번 놀아볼까’라는 말에서 소소하게 밴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팀의 막내인 조창현씨는 “클래식기타를 연주하는 친형을 따라 마력에 이끌리 듯 따라서 기타를 배우게 됐다”며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이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우리나라 대중음악과 재즈의 요소를 결합시켜 재즈의 대중성을 키우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조창현씨는 ‘조창현퀄텟’의 리더를 맡고 있다.
본케이의 리더 정준기씨는 “음악 하는 집안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어려서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했다”며 “고등학교 시절 관악부에서 유포니움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포니움은 튜바의 한 종류로 놋쇠로 만든 관악기다.
이어 그는 “오늘 공연에 참가하기 직전 ‘쉽게 설 수 있는 무대라 조금 책임감이 없이 오는 사람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나머지 다섯 개 팀의 실력이 수준급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조언과 정보를 공유했다”며 “소중한 동료를 얻는 좋은 시간을 가져 행복했고 ‘본케이’와 오래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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