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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이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며 소액주문의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상생안을 내놨다.
배민은 최근 ‘1만 원 이하 주문의 중개수수료 전액 면제’와 배달비 차등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상생안을 발표했고, 쿠팡이츠도 부산에서 1만5000원 이하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대폭 낮추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얼핏 보면 통 큰 결단처럼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앞두고 자율 규제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유명무실한 방안이다.
배민이 내놓은 상생안은 3년간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실질적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쿠폰 할인액에 대한 수수료 면제 △업주 전용 상담센터 구축 △전화 상담 확대 등 다양한 업주 지원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쿠팡이츠 역시 매출 상위 35% 이내 업주에게는 3.9%, 35~80% 구간은 2.9%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하위 20%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차등화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논의해 포장 주문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각 업체의 상생안을 참고해 정부도 다음 달부터 새로운 배달앱 요금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업주들의 숨통을 틔워 줄 만한 조치 같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이 실효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해 하반기 전국 외식업 배달앱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민의 평균 최소주문금액은 1만4079원, 쿠팡이츠는 1만4404원, 요기요는 1만4724원에 달했다. 공공배달앱도 평균 1만3589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1만 원 이하로 주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업주들의 34.8%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최소 주문금액을 올렸다”고 답했다. 이미 구조적으로 소액 주문을 받지 않는 시스템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단순히 ‘1만 원 이하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정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중화요리·치킨·분식 등 대부분의 외식업종은 최소 주문금액을 1만 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일부 디저트나 커피류에서만 간헐적으로 1만 원 이하 주문이 성사될 뿐이다. 업계 일각에서 “결국 저가 주문만 면제 대상으로 걸어 놓고, 플랫폼이 수익을 내는 핵심 구간은 손도 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여주기식 ‘생색 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의 음식 서비스(배달) 거래액은 36조98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3%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온 음식 배달 시장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지난해 19.8%로 처음으로 연간 기준 20%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월에도 1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배달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자영업 붕괴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배달 플랫폼의 성장 동력 자체를 갉아먹게 될 것이다.
배달앱 업체들은 이제라도 보여주기식 상생 방안이 아닌, 자영업자들이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수수료 면제 대상을 일부 저가 주문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업종·매출 규모별로 정교하게 나눠 현실에 맞는 지원을 하고, 배달비와 광고비 구조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포괄적 개선책이 절실하다.
정부 역시 상생을 내세운 규제 논의에만 그치지 말고, 업주들이 실질적으로 숨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자영업자는 대한민국의 기초 경제를 떠받치는 중심축이다. 이들의 몰락은 곧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과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생의 길을 다시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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