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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는 “민생이 어렵고, 소비 심리가 침체돼 있다”며 경기부양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 위기 대응이 곧바로 대규모 현금 살포로 연결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과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사례를 보아도 단기 소비는 다소 증가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부채만 늘고, 생산성이나 구조개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소비쿠폰 정책은 상위 10%를 제외한 90%의 국민에게 15만~50만 원을 차등 지급한다는 구조다. 이에 이 ‘차등’이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소득이 불명확한 자영업자, 지역 가입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상위 10%를 선별하는 방식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자의적인 선별은 불만과 불신을 키우기 마련이다.
형평성과 함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바로 재정 건전성의 파괴다. 이번 추경 재원의 상당 부분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 정부는 19조8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1300조 원을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를 향해 치솟게 된다. 문제는 이 빚을 지금의 정부가 아닌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단순한 추경이 아니라 ‘정치용 추경’이며 ‘포퓰리즘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에서 이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부가 민심을 다독이려는 목적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은 정무적 유불리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 세금을 대선 ‘당선 축하금’처럼 취급하는 발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정책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쿠폰 소비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위기 속에서 쿠폰 소비가 자산 시장 과열이나 물가 자극으로 연결될 경우 역효과만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정치적 인기 영합성, 실효성 부족, 형평성 논란, 재정 파탄 우려라는 사면초가 속에서 이재명정부의 추경은 ‘경제 회복의 신호탄’이라기보다 ‘국가재정 붕괴의 방아쇠’가 될 공산이 크다. 국가재정은 최후의 보루다. 위기 때마다 빚을 내어 푸는 방식은 통치의 책임 방기이며 결국 미래 세대의 삶을 파괴하는 무책임한 선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추경안 심사를 위한 종합정책질의를 하루만 진행하기로 한 민주당의 일방적 일정에 항의하고 나섰다. 정책의 내용보다 ‘정치의 시간표’에 따라 국가 예산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철폐, 그리고 민간 투자 활성화 같은 본질적 대책이다. ‘쿠폰 경제학’은 정치적 임기응변일 뿐, 국가 경제를 살리는 근본 해법은 될 수 없다.
이제라도 국회는 책임 있는 재정 통제를 통해 추경안의 방향과 항목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퍼주기 추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가는 것이 진정한 민생 정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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