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2º
습도 65%
수원 23º
습도 70%
청주 23º
습도 75%
여수 23º
습도 80%
)
처방 중심의 약국 운영에서 벗어나려는 약사들은 일반의약품과 PB(자체브랜드) 제품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참약사·휴베이스·온누리H&C 등 약국 체인들은 PB 라인업을 꾸준히 넓혀 왔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약을 찾는 소비자와 차별화된 매출원을 확보하려는 약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 흐름 속에서 약국 체인의 판매대는 점점 PB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접 개발하고 유통하는 방식이다. 회원 약국만 PB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갖추어졌다. 온누리약국체인이나 참약사는 PB 제품은 회원 약국에만 제공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를 단순한 사업 전략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약사법의 직접적 규제 대상이다. 약사법엔 특정 제품을 독점 유통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명확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수십 년간 PB제품(일반의약품)을 회원 약국에만 제공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지정한 약국에 공급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암묵적 합의가 시장에 굳어진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약사가 약사를 견제하고 약국이 약국을 통제하는 기묘한 구조다. 소비자는 여전히 약국에서 파는 제품을 신뢰한다. 그러나 의약품이 특정 약국에만 공급되는 독점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다. 병원과 동일한 영업시간에 맞춰 문을 열면서도 일반약 시장에서는 독점 권리를 행사하려는 태도는 합리적 명분을 가질 수 없다.
한 약국 체인 관계자는 오히려 당당했다. “PB 제품은 우리 약국에서만 판매해서 소비자에게 ‘저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체 제품력이 없다면 약사나 소비자를 붙잡아 둘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즉 독점은 차별화 전략이자 약국 체인의 ‘브랜드 파워’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는 공산주의에 가깝다. 경쟁을 통한 혁신이 아니라 울타리를 친 내부에서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약국 체인의 PB독점은 결국 광고 경쟁으로 이어진다.
광고 경쟁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체인 약국의 수익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와 공정 경쟁 질서를 흔들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물음표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왜 특정 약국에서만 특정 약을 살 수 있어야 하는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조가 정당한지, 그리고 법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현실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점이 혁신을 가로막는 순간 약국은 더 이상 국민 건강의 파수꾼이 아니라 폐쇄적 이익 집단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다. PB를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면 최소한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 수반되어야 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