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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전원 귀국했다. 기습 단속 8일 만의 귀국으로 ‘조지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사건이 한·미 간 관세·비자 협상의 새로운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공사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12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으나, 제조업 협력의 상징인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구금은 국내 기업과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특히 불법 체류나 비자 만료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대미 투자를 독려하던 미국 정부가 동맹국 인력을 구금했다는 점에서 “압박 신호”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지아 사태는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미 경제 외교 관계 전반의 시험대가 됐다. 이번 사태가 관세 협상의 판도를 바꾸는 지렛대가 될지, 아니면 동맹 간 불신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뇌관이 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태라면 우리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미 직접 투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은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정부는 3500억 달러 협력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언제든 제2의 조지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현지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최근 한국 기업뿐 아니라 현지 투자업체들까지 대응 방안을 묻는 자문 요청이 몰리고 있다”며 “공장 설립 절차, 숙련 인력 비자 발급, 투자 펀드 운용 방식까지 질문이 쏟아진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관세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심리 위축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내세워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치부하지 않고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지아 사태로 드러난 투자 환경 불안과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 미국 측이 제시하는 ‘일본식 모델’과 같은 과도한 조건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취재진에게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구조와 수익 배분 방식은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성이나 기업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현지 공장 운영 차질을 협상 테이블에서 명확히 설명하고, 관세 협상을 보다 합리적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국은 협력 펀드 운용 방식과 수익 배분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적용된 조건을 거론하며 한국에도 동일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5500억 달러 투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을 절반씩 나눈 뒤 이후에는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계약에 서명했다. 미국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내 자금을 송금해야 한다. 한국은 외환 보유액과 투자 구조가 일본과 달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대규모 외화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걸림돌은 비자 문제다. 기업들은 숙련 인력을 단기 파견해야 하지만, 미국은 별도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1만5000여 개 규모의 ‘E-4 전문인력 비자’를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비자 신설이나 쿼터 확대는 의회 입법이 필요한데, 미국 정치권에서 이민 문제는 대표적인 정쟁 이슈라 합의가 쉽지 않다. 외국 인력이 들어오면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노동조합과 정치세력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 내 숙련 기술자 부족이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외국 인력 유입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동맹 간 형평성 문제다. 한국에만 별도 비자를 허용할 경우 일본, 독일 등 다른 우방국들도 같은 요구를 제기할 수 있어 미국 정부가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보호주의 기조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2일 사설에서 “조지아주 급습은 외국인 투자 자체를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이 더 많은 임시 비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미국에는 해당 기술 인력이 없으며, 동맹국 기업들이 투자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했다.
한편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맞춰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관세·투자·비자 문제 등 양국 통상 현안이 논의된다면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이번 이슈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과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투자 부문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며 “민간 기업이 약속한 1500억 달러 직접 투자금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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