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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1000명 가까지 증가하는 HIV 감염인 수, 그런데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의 관리망 밖에서 치료를 중단하거나 또는 사회적 낙인의 공포를 피해 해외에서 치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16일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HIV(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 감염인 수는 2020 년 1만4528 명에서 2024 년 1만7015 명으로 5년간 1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IV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파괴해 감염과 질병에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바이러스다.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면역 체계가 약해져 기침·발열·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과 각종 감염이 반복된다. 주로 성접촉이나 혈액, 오염된 주사기로부터의 수직 감염을 통해 전파된다.
하지만 HI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서 HIV감염인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대부분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장기지속형으로 투약하는 HIV 주사제도 등장해 치료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다만 감염인 수와 질병청이 파악하는 수치 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감염인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해외에서 진료받는 경우 국가가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감염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실태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질병청도 치료 포기자 관리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제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본지 질의에 “진료비 지원과 환자 예방, 상담 등에 집중하다 보니 치료를 포기한 분들까지 신경을 못 썼다”며 “이렇게 지적을 해주셔서 이 부분에 대해 개선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의 의견과 HIV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을 들어보려고 화두를 던졌고 이에 대해 논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화두를 던지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질병청의 말이다.
HIV 환자들의 치료비 예산은 연간 100억원이다. 약 값의 90%는 국민건강보험료에서 지출되고 나머지 10%를 질병청이 부담한다.
손문수 케이엔피플러스 대표는 “치료받지 않는 게 아니라 치료받을 수 없는 사회가 문제다”라며 환자들의 사례를 들려줬다.
손 대표는 “HIV로 알려진 환자가 손가락이 절단돼 수술이 필요해 병원을 방문했지만 13곳 병원에서 거절당했다”며 “다행히 딱 한 곳의 정형외과에서 수술이 가능해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다양한 사례가 많다. 비염 치료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환자를 거부해 대학병원에 가야 했던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학적으로는 HIV는 완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사회는 여전히 공포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낙인과 차별이 살아지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게 손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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