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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가령 오늘이 12일이고 다음 달 13일까지 어떤 일이 마감이라고 할 때, 한 달 남았으니 그 일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해가면 될 일을 뭉개고 있다가 꼭 2월 8일 정도 되어서야 부랴부랴 정신없이, 아 쓰파! 하면서 그 일을 한다.
남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그렇다. 어려서 시험공부 할 때부터 그러더니 평생 그렇다.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과 자세를 뭐 一以貫之(일이관지)한다고 자부할 수도 없고 참 그렇다.
하기야 원래 타고난 순발력이야 좋은 편이다. 부랴부랴 모드에서 엄청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도 절대 굼뜨지 않다. 하지만 사실 닥쳐야 대응하는 이 버릇은 늘 문제였고 문제이며 또 문제일 것 같다.
그저 한 가지 위안으로 삼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이니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보기에 한국인의 기질이 어쩌다가 이런 식으로 형성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事前(사전)의 計劃性(계획성)과 準備性(준비성), 이거 말이 쉽지 우리와는 그리고 적어도 나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사전 준비와 계획, 이런 것은 내 생각과 경험으로 봐서 독일이나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지 않나 싶다.
대충 볼 때, 추운 지역의 사람들이 그런 성질이 강해 보이는 반면 더운 지방 사람들은 아예 무계획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더운 지방에선 얼어 죽을 염려도 별 없고 주변에 어쨌거나 먹고 살 것이 흔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더운 지방에선 옷도 많이 필요 없고 배고프면 바나나 나무에 올라가 따먹으면 된다는 이런 종류의 얘기를 어릴 적에 자주 들었다.
과거 우리가 못 살던 시절 필리핀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는데 거기엔 바나나도 주변에 널려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많이 부러워했다.
四柱(사주)를 봐도 그렇다. 겨울 생이 여름 생에 비해 준비성이 더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준비성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말도 된다.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미리미리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한다는 것이 말이 쉬워서 그렇지 스트레스를 그만큼 받으니까 어쩔 수 없이 준비하게 되는 것이지 어디 그게 편한 일이겠는가 싶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덜 받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왕창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어떤 면에서 흔히 말하는 ‘짧고 굵게’라는 말처럼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으로 여름 생은 남 보기에 겨울 생에 비해 훨씬 ‘드라마틱’하다. 즉 겨울 생은 속으로 오래 앓고 여름 생은 한꺼번에 왕창 고생한다.
말머리를 좀 돌려본다.
다른 나라 좋은 점만 다 따다가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가령 ‘노사정 위원회’란 물건이 있다. 이 물건 ‘메이드 인 네델란드’인데, 국내에 들여와서 제대로 된다는 얘기 들은 적 없다.
장기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론은 미국 물건인데 국내에 들여와서 전 국민을 빚쟁이로 만들어놓고 지금은 ‘모가지’를 옥죄고 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지금은 ‘복지’가 한창 인기 물건이다. 복지 시스템하면 원래 스웨덴 물건이다. 그런데 이 물건이 계획성 투철하고 철저한 스웨덴 물건이란 사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복지를 하려면 시작부터 끝까지 재원마련이고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데 보시다시피 우리 정치인들이 그런 계산할 사람들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당장 죽기 살기 판이니, 복지를 빙자하여 ‘퍼주기 인기몰이’하다가 분명 사단을 내고 말 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남의 좋은 점을 활용해보자는 취지의 사자성어 他山之石(타산지석)도 잘못 들여오면 그냥 ‘짱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의 복지 열풍, 나는 狂風(광풍)이라 부르는데 이 문제로 분명히 멀지 않은 때에 가서 ‘골 때릴 일’이 있을 것이라 본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내어야 할 일이 있다.
1956 년 5월 3일, 민생고로 도탄에 빠진 서울시민들이 한강 백사장으로 한도 없이 몰려들었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신익희 선생’의 연설을 듣기 위해 무려 30 만이나 몰려들었다.
여기서 나온 구호가 바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우리 정치와 선거의 역사에서 최고로 호소력이 컸던 전설적인 캐치 프레이즈였다.
당시 야당 정치인들은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살림이 어렵다는 식으로 주장했던 것인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무렵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빈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냥 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1956 년은 丙申(병신)년, 그리고 4 년 뒤인 2016 년이 또 그렇다.
60 년을 하나의 週期(주기)로 하기에 2016 년에 가면 우리 앞날에 대단한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다. 물론 1956 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물질 면에서는 천지차이라 하겠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그와 유사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 여긴다.
2011 년에 본격화되기 시작한 복지 열풍은 2016 년이 되면 거의 狂風(광풍) 수준으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도 그 시점이 되면 국가의 적자 상태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결정적인 임계치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 본다.
그러다가 2019-2020 년 정도에 북한의 붕괴로 예기치 않은 통일이 되니 안 그래도 어려운 처지에 설상가상으로 국가 재정은 완전 텅 빈 깡통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면 우리 모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지만, 그게 안 될 거라 본다.
앞서 말했듯이 원래 우리가 그다지 준비성이 있는 국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설령 미리 징조가 보인다 해도 준비는커녕 결국 고스란히 당하게 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사실 나는 낙관적이다.
어차피 알아도 대비하지 못할 것이니 미리부터 걱정되는 소리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한 따까리 치르느라 허둥지둥대는 한편 또 세게 반성도 해가면서 하면 될 일이라 본다.
닥쳐서 죽을 고생을 하겠지만, 그게 또 우리의 숨은 순발력을 일깨워줄 것이니 그로서 새로운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기에 낙관적이다.
그러니 저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기야 하겠지만 그게 다시 약이 되어 열나게 노력하고 궁리하고 안간 힘을 쓰는 세월 한 10 여 년 보내고 나면 어느새 또 다시 새로운 기회로 가득한 대한민국, 통일 한국이 등장할 것이라 본다.
내 성격상 뻔히 알면서도 닥칠 때까지 대비하지 못하고 부랴부랴인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그런 것 같아서 하는 얘기이다. 미리 걱정해본들 준비할 성격도 아니고 준비할 능력도 없는 대한민국이라 본다.
그냥 일단 닥쳐서 혼줄 좀 난 다시 또 열나게 일어서면 되지 않겠는가 싶다.
당할 것을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는 이 대담한 심성의 대한민국을 나는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니 어차피 죽으나 사나 믿을 수밖에 없는 까닭도 있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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