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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노인이 운전한 택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50대 회사원은 11일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가 아찔했던 경험담을 밝혔다. 택시가 중앙선을 넘나들어서 차선 반대편 차량과 부딪힐 뻔했다. 그는 “일본 고령운전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면서 “한국도 고령운전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택시회사 A 사장은 “30~40대 젊은 기사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차라리 집에서 쉬겠다며 퇴직한다”면서 “정년 퇴직한 분들이 회사에 오기 때문에 60~70대 기사가 9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기사는 총 6만 8763명인데 60세 이상이 약 75%를 차지했다. 서울시를 돌아다니는 택시 네 대 가운데 세 대는 환갑을 넘긴 기사가 운전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50대 후반 개인택시 기사는 “일한 만큼 수입이 생긴다”면서 “택시 운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운전하니까 회사에 다닐 때 연봉보다 적지 않은 수입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학생 아들이 장가를 갈 때까지 택시를 운전하겠다며 웃었다.
택시기사 고령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로 음식과 상품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30~50대 기사들이 쿠팡과 배달의민족으로 몰렸다. 플랫폼 노동은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퇴근이 명확한 택시운전보다 선호되기도 했다. 투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20~30대는 택시보다 배달라이더를 선호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자리가 없는 고령층이 많더라도 택시 기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기존 택시 기사들의 근무시간이 늘면서 고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행하지 않는 개인택시도 문제다. 개인택시는 은퇴 후 용돈벌이로 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서 눈과 비가 오는 날이나 심야시간 운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었다.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하는 경우가 늘어서 대낮에도 택시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차량 대수는 전국적으로 7:3 수준이다. 택시 면허 총량제는 신규 인력 유입을 차단하고 면허 가격을 폭등시켜 택시 기사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점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법인택시에 파트타임 기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인택시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기준으로 택시회사에서 일정한 고정급여를 지급하는 법안도 통과됐지만 택시업체 측의 반대로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택시연합회는 “고령 택시기사 운행시간이 많아서 사고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기사들이 오히려 과속이나 난폭 운전 등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고령자 운전을 막을 게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 맞게 주기적으로 시험과 소양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최근 만 65세 이상 택시와 버스,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격 유지 검사 기준을 강화했다. 65세에서 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정기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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