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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업계가 ‘10원 전쟁’으로 불러진 초저가 경쟁에서 수익성 악화와 이커머스·퀵커머스 확장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한발 물러나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경쟁은 삼겹살을 시작으로 꽃게·생굴 등 주요 신선식품까지 번지며 극단적인 가격 인하가 반복됐다.
이마트가 지난 2월 캐나다산 수입 삼겹살을 100g당 791원에 내놓자 홈플러스는 790원으로 맞불을 놨고, 이마트는 다시 779원으로 추가 인하했다. 8월 금어기 해제 직후에는 꽃게 가격이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는 ‘실시간 가격 경쟁’이 펼쳐졌다.
롯데마트가 992원(100g 기준)으로 포문을 열자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잇따라 가격을 낮추며 최저가 경쟁이 741원까지 이어졌다. 생굴 역시 비슷했다. 롯데마트가 100g당 2290원을 제시하자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각각 1996원, 1995원으로 대응했고, 롯데마트는 다시 1990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업계는 이런 흐름이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모객 전쟁’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인 뒤 다른 품목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이른바 ‘미끼 전략’이 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업계 내부에서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초저가 경쟁이 예전만큼 강도를 띠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이상 싸게 팔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지난 3일 판매한 국산 방어회 300g 가격을 2만9920원(100g당 9973원)으로 유지했다. 같은 날 이마트는 360g을 2만4900원(100g당 6917원)에 내놓으며 가격 압박에 나섰지만 롯데마트는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았다. 가격 경쟁의 피로가 누적된 데다, 인하 폭 대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이마트 할인점 부문의 올 3분기 총매출은 2조97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3억 원에서 548억 원으로 20.9% 줄었다. 롯데쇼핑의 할인점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총매출은 전년 대비 7.5% 줄어든 1조4654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4.5% 급감한 22억 원에 그쳤다. 가격 할인 경쟁이 강화됐음에도 정작 매출과 이익 모두 개선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초저가 경쟁의 방향성이 엇나갔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신선식품 배송망과 퀵커머스를 강화하면서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던 ‘신선식품 가격’에서도 우위를 잃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간 가격 인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작 이커머스와의 본질적 경쟁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상 설정이 잘못된 경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가격 인하 대신 체험형 매장 확대, 전문식품관 강화, 고객 동선 기반 서비스 개발 등 오프라인 매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가 중심 소비에서 경험·품질·서비스 중심 소비로 흐름이 이동하는 만큼, 업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몇십 원 차이 경쟁은 결국 자존심 싸움일 뿐 실질적인 효익은 크지 않다”며 “대형마트들은 이미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가치 경쟁으로의 이동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가 전략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는 당장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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