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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크게는 국가로부터 작게는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18년의 세월은 어떤 변환점이 된다.
예를 들어본다. 나 호호당의 머릿속엔 무수히 많은 예가 들어있지만 간략하게 얘기해본다.
먼저 국가의 예를 든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줄여서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유일한 강국, 글로벌 至尊(지존)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길고 긴 獨走(독주)가 이어지겠구나 싶었지만, 2009년 금융위기와 함께 상황은 급변했다. 18년의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기업의 경우를 예로 든다. 2개만 들어보자.
It's a Sony, 이는 1982년에 일본의 소니가 내건 슬로건이었다. 당시 고객이 전자제품 매장에서 ‘이 물건 어때요?’ 하고 물어보면 점원은 ‘고객님, 이건 소니 제품입니다’ 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정도로 그 무렵의 소니는 전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18년이 흘러 2000년이 되자 소니는 급격하게 기울어가고 있었다. 변환점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소니는 삼성전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해져 있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때가 되면 또 다른 강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것이다.
노키아, 1994년 휴대폰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던 기업이 18년이 흘러 2012년이 되자 경영난으로 본사 사옥을 매각했고 2013년엔 휴대전화 사업 전체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매각했다.
이번엔 사람의 예를 들어본다. 3개만 들어보자.
박정희 대통령, 1961년 쿠데타로 집권을 했었는데 18년이 흘러 1979년에 가서 측근에 의해 사망했다.
박찬호, 1994년 LA다저스에서 데뷔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리거로서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18년이 흐른 2012년 귀국해서 한화 이글스 선수로서 은퇴했다.
이영애, 1992년의 화장품 광고 카피 ‘산소 같은 여자’로 우리에게 확 다가섰던 사람인데, 2009년 가을 무렵 결혼과 함께 2010년부터는 우리의 시야 밖으로 사라져갔다. 1992 더하기 18은 2010년이니 그렇다.
이처럼 18년의 세월 혹은 시간의 길이는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이는 세상과 자연의 변함없는 鐵則(철칙)이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죽을 만큼 어려운 곤경에 처해있다면 넉넉히 잡아서 18년 뒤가 되면 어느덧 지금의 어려움은 까마득한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 해도 문자 그대로 죽지만 않는다면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 대목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자신의 부하였던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강원도 첩첩산중의 백담사로 귀양을 가야 했으며, 1997년에는 김영삼에 의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리고 18년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 추징금을 그런대로 납부하고 사실상 마무리가 되었다. 작년에는 병상의 노태우 대통령을 찾아가 그간의 묵은 감정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니 어쨌거나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일단은 살고 볼 일인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멀리 갈 것 없이 나 호호당 역시 1997년 운명의 입춘을 맞이하여 그야말로 零落(영락)한 신세였는데, 18년이 흐른 오늘에 와서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정치판, 특히 4.29 재보선 이후의 야당이 아주 시끌벅적이다.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제 이혼할 때가 되었기에 그런 것인데 이 점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자. 지금 눈앞에서 진행되는 일, 이른바 이슈라서 말이다.
예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호남과 당시 386을 결집시킴으로써 세를 형성했다. 이에 김종필의 충청권을 끌어들여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전략은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초야의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시했던 ‘천하삼분책’과 흡사하다.
양자강 중류의 요충인 ‘형주’를 차지한 상태에서 서남쪽의 ‘익주’를 탈취하여 굳힌 다음 中原(중원), 즉 중앙 무대에서 어떤 변고가 발생하면 良將(양장)에게 군사를 맡겨 몰아가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략 말이다.
다시 말해서 유비의 기반이었던 형주와 익주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어 당시의 386과 호남이었던 셈이다. 익주와 형주를 묶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면 충청권을 끌어들이는 것은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었던 것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전략을 약간 수정하고 발전시켜서 2002년 대선에 또 한 번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07년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친노와 비노 간에 내부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충청권의 향배도 많이 달라졌다.
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연이어 패배를 거듭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내의 내부 균열에 더하여 충청권의 이탈을 갈음할 수 있는 새로운 지지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 건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은 이른바 ‘집토끼’인 486 지지층을 지키느라, 취업대란으로 고생 중인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로부터 지지기반을 상실해가고 있다.
야당이 젊은 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그건 야당으로서의 자격상실인데 말이다.
이미 당내에서 소수가 된 비노에 대해서도 주류인 친노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호남표, 그래봤자 다음 선거에서도 결국 어딜 가겠느냐 하는 마음인 것 같다.
젊은 층의 새로운 유입이 없고 충청권은 이미 상당히 이탈한 상태에서 호남과 486 사이에 작은 틈새라도 생겨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문재인 대표의 미발표 성명, 전국에 다 알려진 비공식 성명서야말로 실로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어디 한 번 나갈 테면 나가봐! 하는 고압적인 자세로 해석될 것 같으면,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한 비노 그룹을 궁지로 몰아넣는 형국이 된다.
참자니 굴욕이고 나가자니 전망이 보이질 않는 진퇴양난의 형국으로 비노 그룹을 몰아붙인 모습인데, 이는 도리도 아니고 테크닉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미 친노와 비노 간의 이혼은 시작된 것이라 본다. 물론 당연히 양편 모두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하겠지만 한 번 시작된 일은 결국 끝을 보는 법이니 그렇다.
왜 그렇다고 단정을 지을 수 있는가?
18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승리로부터 금년은 2015년, 따라서 18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이제 애정이 식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결국 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법적 이혼은 한 가지밖에 없지만 사실상의 이혼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별거도 있고 한 집에서 각방을 쓰는 경우도 있으며, 자녀 때문에 겉 무늬만 부부인 경우도 사실상의 이혼이다.
그렇기에 장차 어떻게 일이 진행될 것인지 정확히 예단할 순 없지만 이혼이 시작되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라 하겠다.
우리 눈앞의 일이라서 비교적 자세하게 얘기해보았다.
走馬燈(주마등)이란 단어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주마등 스탠드를 사 오신 적이 있었다. 일본 물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원을 넣으면 환한 불빛과 함께 말이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면서 달렸다.
18년이라 하면 꽤나 아득한 시간이고 세월이다.
18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을 한 번 되돌아보라, 참으로 주마등같은 세월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까마득한 세월 저편이기도 할 것이고 그 긴 시간의 일들이 짧은 동영상처럼 눈앞을 스칠 것이다. 그러니 참으로 주마등과도 같은 세월이다.
18년의 세월은 우리가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다고 믿고 있는 어딘가에서 또 다른 어딘가로 넘어가게 한다.
눈앞에 호시절이 왔다고 해서 영광의 때를 맞이했다고 해서 마냥 그럴 것으로 여기진 마시기를.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것이 다 한때의 일인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이 글을 읽은 분 중에 결혼한 지 18년이 된 부부가 있다면 생각을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18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이미 결혼에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아직은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니 잘 생각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알림: ‘푸드TV’라는 케이블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서 ‘호호당의 음식남녀’란 타이틀로 해서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와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 11시에 재방영한다. 첫 회는 지난주에 시작되었는데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이렇게 알려드린다.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시청 바라는 마음이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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