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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자 단장
현재 인천적십자병원 공공의료사업팀에서 사업지원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껏 그래 왔듯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과 성을 다할 뿐이라고 한다.
“병원의 자원봉사자 관리를 맡고 있으며 환자들과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이제까지 일하고 봉사하며 쌓아온 경험을 접목시켜 조금이나마 병원 운영에 보탬이 됐으면 해요”
어려서부터 자원봉사에 참여 활발
최 단장의 고향은 경기도 양평으로, 5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특히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시느라 어머니의 고생이 심하셨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정부에서 운영하는 4H 클럽 회원으로 활동해 봉사에 익숙했으며 각종 경진대회와 웅변대회 등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양평에서 졸업한 이후 대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1년 만에 합격해 1970년부터 양평군 첫 여성공무원으로 일하게 된다.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내무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최 단장은 1980년 결혼을 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그만 둔다. 주위에서는 근무를 계속하기 원했지만 직장이 서울이었던 남편을 내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가 일하던 기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더욱이 그 당시에는 여성이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죠”
인천 여성문화회관 1기 교육 수료…자원봉사 적극 나서
▲ 구의회 의원으로 일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지역사회를 위해 최 단장이 쏟아 붓는 열정에는 변함이 없다.
최 단장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94년의 일이다. 본래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최 단장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인천 여성문화회관’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1기 교육생으로 컴퓨터를 배웠고 수지침 등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따로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여성문화회관은 시에서 운영되다보니 저렴한 경비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수료자들도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죠”
특히 그는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여성문화회관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던 그는 회원들과 함께 동아리를 꾸려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 가서 얼음 주머니를 만들거나 거즈(gauze) 접기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한 수지침 봉사, 사랑의 집 '빨래 봉사 등 평일 오전을 다 봉사에 할애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또 1995년도부터는 바자회 행사를 통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1000원씩 모금해 매년 초·중등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일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1995년 구의원 선거 첫 출마, 연이은 낙선
▲ 지난 1월부터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인천적십자병원에서 사업지원단장으로 일하며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현실을 느끼고 있던 최 단장이 처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신문을 통해서였다. 하루에 4종류의 신문을 구독할 만큼 신문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어느 날 한 경제신문 기사를 유심히 보게 된다.
일본 기초의원 선거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15만원을 사용하고 당선된 인물이 소개된 기사였다. 그는 불현듯 선거에 출마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5년 첫 기초의원 선거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후보 등록 신청기간도 며칠 후면 마감될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위에서는 “돈만 들고 가족들 고생만 시킨다”는 말로 그를 만류하고 나섰다.
“유일하게 저를 응원해 준 사람은 남편이었습니다. 살림살이 하듯 의정활동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논의했을 때 적극적으로 출마를 권했죠.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당선이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때문에 선거 출마 사실을 친척들에게 알릴 생각도 못했죠”
▲ 올해 97세이신 어머니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남편,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주는 아들과 딸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살던 동네의 통장도 최 단장의 얼굴을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자신의 집에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선거를 치뤘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4명의 후보 중 2명이 당선되는 선거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하며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낙선한 다음날 동네마다 돌아다니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어요. 주민들은 제가 당선 인사를 하는 줄 알고 박수까지 쳐 주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1998년 그는 다시 구의원에 도전했다. 주위에서는 최 단장의 당선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였고 지방지 신문기자들은 이미 3일전에 인터뷰를 진행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낙선하면서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최 단장은 2번의 낙선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특히 수년간 해왔던 봉사활동도 선거 이튿날부터 다시 참여했다.
2002년 무투표로 구의회 기초의원 당선
▲ 지역사회에 대한 그의 헌신은 타 정당도 높이 평가해 2002년 구의회 기초의원 선거에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는 줄곧 무소속으로 출마해 왔지만 4년 후인 2002년 선거에서는 기초의원도 당을 선택하게끔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3번의 도전 끝에 최 단장은 구의회 기초의원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경쟁 관계에 있던 한나라당에서 후보자를 아예 등록하지 않아 무투표로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당시 상대당 당위원장이 정하영 씨였는데 한나라당 소속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분이 저의 활동을 보고 ‘당은 틀리지만 구의회에 저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후보를 아예 등록하지 않았던 것이죠”
정치적 이해관계를 극복할 만큼 지역사회에 대한 그의 헌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최 단장은 2006년에도 재선에 성공하며 8년간 지역을 위해 일해 왔다. 그가 추진했던 사업 중에서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굴포천 생태하천조성 사업이었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섞여 환경오염이 심각했던 굴포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2년이었다. 이후 2004년도에 굴포천 정화 책임을 맡게 됐고 7000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와 시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해 415억원의 사업 예산을 따냈다.
결국 2008년도 공사가 완공돼 현재 굴포천은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 생태하천으로 조성돼 있다.
그는 지금도 ‘자연과 함께하는 굴포천사람들’ 단체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 달에 두 번씩 학부모·청소년들과 함께 ‘굴포천 지킴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내 고장은 자신이 지킨다는 경각심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 청소년 문제는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돼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해요. 부모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도 있죠”
“어려운 사람들 위한 정책 마련 힘써”
보육사업과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인천의 영구 임대 아파트 환경을 개선하기도 했다. 대부분 장애인과 무의탁 노인들이 거주하는 임대 아파트를 살펴보던 그는 단지 내 가로등이 밤늦게 켜지고 새벽에 일찍 꺼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
“복지관 관리소에 이유를 물어본 결과, 개인이 부담하는 관리비가 많이 나올까봐 그렇다는 것이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바로 지자체에서 경비를 부담하는 조례를 만들었고 구에 소재한 2군데 임대 아파트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 지난 2009년과 2010년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기초의원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의 경우 기초수급자는 면제되지만 차상위 계층은 단돈 1만원을 내지 못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 이에 연간 1억2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자체에서 이를 부담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최 단장은 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할 정도로 눈 코 뜰새 없이 일에 매진했고, 공약 실천 및 주민과의 약속을 잘 지킨 의원에게 주는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기초의원 최우수상’을 2009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0년지기 배신이 평생의 가장 힘든 일”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살아온 최 단장. 인터뷰 내내 항상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최 단장에게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묻자 어두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2010년 구의회 선거 당시의 일입니다.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근 10년 이상을 형제처럼 지내던 지인이 선거 기간 동안 저에 대해 없는 말을 만들어 퍼뜨리고 다닌 것이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른 후보 진영에서 일을 했다고 하더군요”
“낙선했다는 좌절보다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쌓였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죠. 지금도 같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보고 있지만 어색한 사이가 됐어요. 언젠가는 허심탄회하게 한 번 얘기해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넉넉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어려움이나 선거에서 연이어 떨어진 경험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크다는 최 단장의 말에서 그가 지녀온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다.
인천적십자 병원에 새 둥지 틀어
▲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느낀 부분에 대한 의견청취를 위해 소리함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관리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병원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는 바쁜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배움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천전문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호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또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고위행정관리자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특히 최 단장은 의원 생활이 끝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진행하는 노령지식인 교육을 수료하고 지난 1월부터는 인천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원 홍보 팜플렛과 100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소리함 개설 등도 모두 그의 기획이다.
“의원활동 이후 1년 반이라는 기간 정해진 직장이 없었기 때문에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나 실직자 문제가 남일 같지 않습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일터를 제공해 준 병원에 감사한 마음이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최 단장. 또 자신이 하는 일을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준 남편과 자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도 항상 웃으면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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