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반짝실적, 부실 자회사에 쏟아붓기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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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화장품 사업 확대 나선 KT&G

주식 매입으로 소망화장품에 대규모 자금수혈…홍삼화장품 회사는 애물단지 우려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7-06 00:03:28

KT&G는 2010년 현 민영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실적 악화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에는 담뱃갑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사재기에 힘입어 오랜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 또한 담배재고 관련 일회성 이익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KT&G가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인수한 소망화장품의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자금 지원에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1년 KT&G의 품에 안긴 소망화장품은 2013년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역시 마이너스 실적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초과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G가 올해 초 소망화장품 임원진들을 KT&G 인사로 교체한데 이어 지분율을 높이며 화장품 사업 확장에 착수하자 업계에서는 일부 자회사들에 대한 자금 수혈이 KT&G 실적 부진의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거론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소망화장품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는 KT&G의 행보를 취재했다.

▲ 취임 6년째를 맞이한 KT&G 민영진 사장이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추진한 화장품 사업이 연일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설립초부터 꾸준하게 대규모 자금 지원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행진을 기록했다는데서 민 사장의 자질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KT&G 주력 사업인 담배산업은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금연정책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향후 사양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영진 사장은 취임 초부터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모색했다.

KT&G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발을 들인 대표적인 업종이 화장품 사업이다. KT&G는 2010년 6월 KGC라이프앤진을 설립한데 이어 2011년 6월 소망화장품 지분 50%(우선주 포함)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2년 설립된 소망화장품은 ‘꽃을 든 남자’, 한방화장품 브랜드 ‘다나한’ 등을 보유한 중견 화장품 업체로 KT&G에 인수됐던 2011년 매출 1198억원, 영업이익 52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그러나 이듬해부터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1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2년 5200만원으로 떨어져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고, 2013년에는 당기순손실 218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14년에도 당기순손실 128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실적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채총액(681억원)이 자산(555억원)을 넘어서며 KT&G에 인수된 지 약 3년 만에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민영진 사장 취임 이후 추가된 계열사 대부분 실적 부진

KT&G는 자본잠식에 빠진 소망화장품을 살리기 위해 올 초 소망화장품 임원진들을 KT&G 출신 인사들로 물갈이했고 지난달에 24일에는 소망화장품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KT&G는 소망화장품 상환전환우선주 9만4079주를 주당 27만6363원에 매입해 총 26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로써 KT&G의 소망화장품 지분율은 66.67%(37만6368주)로 늘어났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는 이러한 KT&G의 행보를 두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경영실적을 개선시킬만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회사의 자금만 쏟아 붓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실적 악화는 기업 전체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였다가 도산 위기에까지 몰린 기업들이 허다하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민 사장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우려를 표명하는 모습이다. KT&G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 사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11개의 계열사가 추가됐지만 거의 대부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계열사 6곳이 적자를 기록했고, 1곳은 아예 청산됐다”고 말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T&G가 2010년 6월 약 900억원을 출자해 세운 홍삼화장품 회사 KGC라이프앤진도 애물단지다. 민 사장이 “신성장동력 확보 위해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했던 KGC라이프앤진은 KT&G로부터 2010년 210억원, 2011년 90억원, 2012년 214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2013년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KT&G에서 160억원 규모의 돈을 끌어갔지만 지난해 당기순솔실 62억원을 내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시장자체가 둔화돼 상위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좋지 않다”며 “소망화장품은 경영개선 작업을 진행해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신규 히트 상품 육성 및 유통채널 강화,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GC라이프앤진의 경우 출범한지 이제 4년이 경과한 신생기업으로 초기 사업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이 커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임현범 기자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