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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세상이 어지럽다. 눈만 뜨면 신문보기가 겁이 날 정도다. 온갖 흉악 범죄와 전·현직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관한 기사가 지면에 철철 넘쳐난다. 그래도 옛날 보다는 사회가 깨끗해졌고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이나마 우리 사회가 존재 한다고 믿어 왔었는데,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요즘 들어 암울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잔인한 4월이 지나가면서 좀 조용해지는 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5월의 검은 저주의 바람이 불어오는가 보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말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다섯 정권에 이력이 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면서 부패문제가 조금이라도 다르기를 내심 기대했다. 더구나 직전 대통령이 자살한 터여서 이 정권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국민들의 그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 역시 전 정권들의 판박이가 되는 결과를 초래 했다. 결국 우리나라 정권에는 고질적인 부패의 유전자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명의로 사저(私邸)를 추진하면서 수십억 원대의 국고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통령 부인의 사촌 오빠는 저축은행 로비로, 사촌언니는 공천 장사를 하다 수감됐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의 손위 동서는 저축은행 고문으로 거액을 챙겼다.
대통령의 브레인(Brain, 뇌)으로 불리는 청와대 홍보수석과 문화체육부 차관은 업자와 결탁,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며 이 대통령의 멘 토로 통한다는 분이 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검찰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것도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정권에서 말이다.
“우리는 육안(肉眼)으로 이 세상의 사물을 분별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더 깊고 넓은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마음 눈(心眼)으로 보아야 한다”
원불교 박청수 교무가 지은 ‘마음눈이 밝아야’란 책에 있는 글귀다. 진리, 가치, 죽음, 시비, 선악 등은 마음눈으로 밖에는 헤아릴 수 없는 세계란 것이다.
“마음눈이 밝은 사람을 지혜롭다고 하고 마음눈이 어두운 사람을 어리석다고 말한다....지혜로운 사람은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道)가 있다. 순리의 질서를 지키며 정의로운 방법을 선택한다....지혜로운 사람은 좋은 결과를 탐하기 전에 지금 자신이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는 가를 헤아려 먼저 삼갈 줄 안다”
‘마음눈이 밝아야...’를 쓴 저자 박청수 교무가 말한 마음눈을 갖고 삼가는 태도를 보였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인생사가 어디 그런 것을 예측하고 대비 할 수 있겠는가. 앞 일을 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피고발인 신분인 이시형씨가 고발장이 접수 된지 6개월이 넘어서야 겨우 서면조사를 한 것에 대해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예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시형씨는 이 대통령 사저 부지를 자신의 명의로 구입해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했고 구입비용 일부를 대통령실 예산으로 조달해 업무상 배임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지난 2009년 4월, 검찰은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사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경남 김해 봉하 마을에서 대검 청사로 소환 한 바가 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며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씨의 서면조사를 놓고 결국 정권이 바뀐 뒤 국정조사를 해서 사실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97년 5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그는 조사가 끝난 뒤 이틀 만에 전격 구속 수감 됐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02년 5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가 구속 됐고 그 다음 달엔 홍걸 씨의 형인 홍업 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2007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재직 시 가족이나 측근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5월의 악몽이 사라지나 했는데 2년 후인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위에 섰다. 대개 5년을 주기로 대통령과 그 주변 측근들에게 이 같은 불행이 이어지는 것은 왜 일까?
대통령임기가 5년 단임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일지라도 이런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현실에서 청와대는 눈앞까지 치미는 수사의 수위에 정권 말기의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검찰총장 역시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분명한 것은 수사내용과 수사를 받는 실세들을 통해 각 정권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청와대 주인일 때 기업들 돈을 받은 혐의다. 노 전 대통령은 오랜 후원자(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에게서 재임시절 로비자금을 받았는지가 쟁점이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에 있는 딸의 저택 구입 자금에도 의혹이 일고 있는 등 역대 대통령들 자식들이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일에 연루돼 있다.
“아무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고린도전서 3:18>
최근에는 이대통령의 멘 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 차관’으로 불려온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이 두 명의 실세는 정부 출범 이전부터 검은 돈에 손을 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 현상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고발자가 내부자로서 측근에 있는 운전기사라는 공통점도 특이하다 할 수 있다.
“너희가 피차 고발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뚜렷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 하냐”<고린도전서 6:7>
이제 국민들이 이들 실세들로부터 얻은 교훈은 대통령 후보는 물론 후보 옆에 어떤 이들이 있는지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때도 기자들은 유력 후보를 좇아다니며 후보의 발언이나 관련 사건을 충분한 검증도 없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데 급급했을 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던 점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명한 국민은 앞으로 이어질 검찰 수사를 냉정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캠프와 가족의 도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어떻게 관리하고 노력하느냐를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국민들의 희망일 뿐 전례를 보면 이번 대선 승리자의 5년 후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누가 될지 몰라도 또 불운의 대통령 출신이 나올 것만 같다. 지금 북한은 남한 정부에 ‘혁명 무력의 즉시 보복’을 공언하며 공격 장소까지도 지목하는 마당에 이 나라는 권력핵심들의 비리가 신문지면을 온통 도배하고 있고 18대 국회의원들은 임기가 5월까지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간 해결할 법안들을 나 몰라라 하고 있어 국민들 가슴만 시퍼렇게 멍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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